펀드의 적정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펀드가 큰 것이 좋은가요? 아니면 작을수록 재빠른 운용이 가능한가요?
펀드 가입할 때 어느 정도 규모가 좋은 건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십니까? 펀드닥터입니다.
펀드의 적정 규모에 대한 이론이나 통계는 없습니다. 펀드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적정 운용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대형주 위주로 운용하는 펀드의 경우에는 운용규모가 작든 크든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에는 운용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곤란해집니다. 예를 들어 탁구공을 20개만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하지만 10개 밖에 없는 붉은 공만 넣어야 한다면 이 그릇을 채울 수가 없겠죠. 그릇을 다 채우려고 다른 공을 담는다면 이 그릇은 더 이상 붉은 공을 담는 그릇이 아니게 됩니다.

펀드도 마찬가지 입니다.
2004년에는 배당주 펀드가 고수익을 내면서 큰 인기를 모았는데요.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오면서 운용사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자금을 더 받게 되면 배당주 펀드의 색깔이 퇴색할 것이기 때문이었죠. 결국 몰려드는 자금을 통제하지 못한 배당주 펀드는 무늬만 배당주인 펀드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투자한 종목들의 배당수익률이 일반 주식펀드와 거의 비슷해졌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로 중소형주 펀드인 한 펀드는 수익률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대규모의 자금이 몰린 적이 있습니다. 500억원도 안 되던 운용규모가 3개월 만에 1000억원으로 불어날 정도였는데요.
예상치 못한 자금유입에 펀드매니저는 종목 수를 44개에서 63개로 늘리는 등 위험관리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주가하락과 함께 펀드자금이 한 달 새 400억원 빠져나가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등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운용스타일이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주, 즉 종목당 시가총액이 1000억원 전후인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이다 보니 400억원의 자금유출에도 흔들린 겁니다. 환매로 인해 평일 거래량을 초과하는 매물을 펀드에서 쏟아내자 보유 종목들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커졌습니다. 아마 평균 시가총액이 10조원에 달하는 대형주 펀드였다면 하루에 1000억원이 환매됐어도 별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자금 유출입 규모가 어느 정도여야 펀드가 영향을 받는지는 펀드의 투자스타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매니저 인터뷰 결과를 종합해 보면 펀드의 적정 운용규모는 보유 주식 평균 시가총액의 절반 내지 시총 수준 사이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펀드 투자시에는 투자종목의 환금성과 유동성이라는 관점에서 최대 규모도 중요하겠지만 전략 구사라는 측면에서는 최소 규모가 얼마인지도 중요합니다.
특히 채권형 펀드의 경우에는 500~1,000억원은 돼야 독자적인 운용전략이 가능해 집니다. 운용사 내에서 유사전략을 구사하는 다른 채권펀드가 존재한다면 펀드의 규모가 50억원 이라도 운용사에는 큰 무리는 없겠지만 단일 펀드로 독자적인 운용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포기해야 겠죠.

결국 앞서 언급한대로 펀드의 규모는 펀드의 투자 스타일과 관련이 있는데요.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펀드의 스타일별 운용 규모나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할때에는 펀드별로 살펴볼 것이 아니라 운용사 전체 펀드를 관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