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포커스+]예탁결제원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의 숨은공신”(이데일리)

- 헤지펀드 출범, `재위탁구조` 아이디어가 일등공신 - 올해 중점 사업..`헤지펀드 운용인프라 독립` - 역외펀드 투자 시 운용지원 자동화 방안 강구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2011년 여름 한 회의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다. 몇 시간 째 진행되고 있는 회의가 끝날 줄 모른다.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을 앞두고 예탁결제원 펀드결제부는 매일 야근이다. “기존 수탁업무를 처리하던 은행들을 대리인으로 두게 하면 어떨 까요?” 사막을 걷다가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다. 가장 큰 문제점을 해결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헤지펀드 출범, `재위탁구조` 아이디어가 일등공신 수탁업무는 프라임브로커(PB)가 수행하는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업무다. 그러나 한국형 해지펀드 출시 후 PB업무를 해야 할 국내 증권사들이 수탁업무를 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이를 수탁업무를 처리해 왔던 은행을 대리인으로 두는 `재위탁 구조`를 통해 해결한 것이다. 즉, PB들이 수탁업무를 대신 처리할 은행(수탁사)를 선택해 수탁업무를 맡기는 시스템이다. ▲ 박기환 예탁결제원 펀드결제부 팀장 "아마 이런 시스템을 고안해 내지 못했다면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은 불가능 했을 것"라며 자부심 내비췄다. 프라임브로커 수탁업무의 재위탁은 해외 어디에도 없는 첫 사례다. 특히, 모건스탠리나 JP모건 등 해외 금융사들은 이같은 해지펀드 인프라를 단 5개월 만에 완성했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물론 단기간 내에 헤지펀드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가능할 수 있었던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펀드결제 시스템인 `펀드넷`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에는 펀드넷의 숨은 공이 컸다"면서 "기본기가 잘 다져진 학생이 응용문제도 잘 푸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펀드넷은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용하는 자산운용시장의 펀드전산망 허브다. 집합투자증권의 설정환매, 운용지시 등 펀드의 생성, 성장, 소멸에 이르는 전과정을 집중 처리하는 펀드업 지원 시스템이다. 즉, 펀드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저장·보관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있다. 펀드넷은 2004년도에 개발된 후 9년간 운영되고 있다. ◇올해 중점 사업..`헤지펀드 운용인프라 독립`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한국형 헤지펀드는 지난해 12월 23일 세상의 빛을 봤다. 하지만 예탁원 펀드결제팀의 회의는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박 팀장은 "그때보다 더 바쁘다"며 "앞으로 한국형 헤지펀드 활성화를 위해 더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이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이전 펀드업지원 시스템인 펀드넷에 속해있는 헤지펀드 운용 인프라를 독립시키는 것이다. 박 팀장은 "지난해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펀드넷이라는 집을 헤지펀드 업무도 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 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아파트를 짓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아예 새 걸 만들어야 하니 더 어려운거죠"라고 말했다. 특히, 신규 개설되는 헤지펀드 전용 플랫폼은 PB를 복수로 두는 것이 가능하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최근 리스크 축소와 PB별 특화된 업무영역 활용 등을 이유로 복수PB를 허용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재 펀드넷은 1개 펀드-1개신탁업자 구조로 설계돼 있어 단일 헤지펀드의 복수PB구조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인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 그는 "헤지펀드가 하나의 PB와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해당 PB가 파산하게 되면 맡겼던 자산을 다시 되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하지만 이 자산을 두 개의 PB에 나누어 맡겼을 경우 한 개의 PB가 위험해진다고 해도 자금이 분산돼 있어 리스크를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외펀드 투자 시 운용지원 자동화 방안 강구 또한 헤지펀드들이 역외펀드 투자 시 투자주문서와 주문 확인서 송수신, 운용지원 등을 자동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금은 역외펀드에 투자할 때 투자 주문서나 확인서를 팩스로 주고 받는 등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박 팀장은 "자동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유로클리어`라는 은행이 있다"면서 "유로클리어 플렛폼과 펀드넷을 연계해 자동화를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10월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자동화가 가능하게 되면 운영리스크(operation risk)와 관리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현재 해외 증권 투자시에 제공되고 있는 `옴지오 연계서비스`를 채권 및 선물 투자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헤지펀드들이 채권이나 선물 시장에 투자할 때 주문체결 내역 확인서 등을 팩스나 메일 등을 통해서 주고 받고 있는데 옴지오 연계서비스에 적용돼 자동화가 가능하게 되면 예탁원 홈페이지 내 ‘세이프+’에서 내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박 팀장은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해 다소 어두운 전망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면서도 "한국형 헤지펀드에 유용한 플렛폼을 진화시켜 나가는 등 각 분야에서 열심히 하면 곧 한국형 헤지펀드가 성공했다는 소식이 곧 들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프라임브로커(PB, 전담중개업자): 헤지펀드의 운용과 성장에 필요한 서비스(신용공여, 증권대차, 수탁업무 등)를 일괄 제공하는 브로커로써 헤지펀드 산업과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의 중요한 수익원이다. *역외펀드: 외국운용외하가 우리나라 이외 역외시장에서 외국통화로 설정한 외국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