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의 이색 러브레터 "투자종목 모두 공개" (이데일리)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공모 펀드가 포트폴리오(투자종목)를 모두 공개하고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자문형 랩처럼 소수 종목을 개인 계좌로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규제가 거의 없는 사모 펀드도 아닌데 포트폴리오를 모두 공개하는 일은 거의 없다. 주인공은 한국밸류투신운용의 `10년투자`펀드다. 물론 실시간 포트폴리오 공개는 아니다. 추종 매매를 막기 위한 관련 규정에 따라 두 달이 지난 정보이다. 그렇다고 해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운용보고서를 통해 투자 종목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8일 이데일리가 국민은행·신한은행 등 적립식 펀드 판매 상위사의 인기 펀드와 지난해 자금 유입 상위 펀드(국내 주식형) 17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투자종목 공개 수는 20개로 나타났다. 이 중 전 종목을 공개한 펀드는 10년투자펀드 뿐이다. (아래 표 참조) KB자산운용의 `밸류포커스`펀드의 경우도 투자 비중이 0.05%인 종목까지 알림으로써, 사실상 전부를 공개한 펀드가 됐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운용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이라며 "내 돈이 어디에 얼만큼 투자되고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은 가장 1차적인 욕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용보고서가 상위 10개 종목만을 공개하고 있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시장팀장은 "10개 종목을 공개하라는 것은 권고사항이지 강제성이 있는 규정이나 어겼을 경우 제재 조치를 하지는 않는다"면서 "압축형 펀드의 경우에는 10개 이하로 공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펀드 매니저도 "투자 종목은 매니저에게 일종의 비밀 병기 같은 것"이라며 "전술을 다 공개하고 싸우는 장수를 봤냐"고 되묻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믿고 펀드에 돈을 맡기고, 소위 전문가인 펀드 매니저들은 이 돈을 책임지고 굴린다. 이것이 공모 펀드의 기본 원리다. 하지만 이 관계에서 투자자는 답답하고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이에대해 10년투자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운용보고서는 사실상 운용사와 투자자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투자 종목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생각에서 처음부터 그렇게 해왔다"며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고객에게 알리고 투자 판단에 도움을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밸류포커스의 책임 운용역인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2팀장 "(투자 종목을 공개하는 것은) 투명한 운용과 정보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종목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