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나가고 수익률은 안나오고…채권운용 `이중고` (Edaily)

[이데일리 이재헌 기자]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채권금리 하락으로 채권형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운용보수도 함께 감소한데다 수익률 압박까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7조 305억원으로 올해 들어 3128억원(4.3%) 줄었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13조 8187억원(24.9%)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식혼합형과 채권혼합형 펀드도 각각 6838억원(24.8%), 1827억원(3.7%) 늘어 유일하게 채권형 펀드에서만 돈이 빠져나갔다. 문홍철 동부증권 채권전략팀 수석연구원은 "채권형 펀드의 주 고객인 은행과 보험사의 채권형 펀드 투자가 줄었다"며 "최근 채권금리가 너무 낮아 기본적인 수익률이 높지 못한 점이 주된 원인"이라고 밝혔다. 현재 채권형 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국고채 금리는 만기 10년짜리도 4%를 밑도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의 벌이는 더 힘들어졌다. 설정액의 일정 비율로 받는 채권형 펀드 운용보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주식형 펀드 운용보수는 통상 0.5% 수준인데 비해 채권형 펀드 운용보수는 0.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역은 "자산운용사의 수입 중 운용보수가 90% 정도 된다"며 "주식보다 채권운용 보수가 낮은데 이마저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수익률 압박까지 받고 있다. 보통 자산운용사들은 채권펀드 원금 손실을 막기 위해 단기물을 만기보유하는 소극적 투자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채권금리가 떨어지면 만기보유에 따른 이자수익도 감소하기 마련이다. 다른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역은 "일본은 제로(0%)금리 상황이 되면서 채권투자가 극단적으로 줄고 채권투자관련 종사자가 90% 이상 사라졌다"며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