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D-1]②"인사이트펀드 실패 되풀이 말아야" (Edaily)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흥행 측면은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어차피 운용이 잘 되면 돈은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것 아닌가. 인사이트 펀드처럼 초반에 과도하게 붐을 일으켰다가 나중에 성과 안 좋으면, 오히려 주목을 받지 않은만 못 하다고 본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본부장) 한국형 헤지펀드의 출범을 앞두고 초기 설정 규모가 글로벌 헤지펀드나 당초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기대도 과도한 자금도 오히려 `노땡큐`라는 것이다. 헤지펀드는 어찌보면 자본시장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상품. 운용을 잘 하다보며 돈은 들어오게 돼 있다는 논리다. ◇ 돈 더 준대도 싫다?..과도한 흥행은 오히려 `부담` 물론 헤지펀드도 펀드인 이상 기본적인 운용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당연히 담보(씨딩·seeding) 되야 한다. 한 대형운용사 헤지펀드 본부장은 "각 펀드당 씨딩 머니로 150억원 정도 자금이 확정돼 있다"면서 "이 정도면 일단 최소 운용 자금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그는 "어차피 기존 공모 펀드처럼 나와 있는 전략으로 광고해서 한꺼번에 자금을 모아서 출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객들에게 트랙 레코드(운용성과)를 보여주면서 꾸준히 커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강창주 하나UBS자산운용 상무는 "(글로벌 헤지펀드와 비교했을 때) 현재 국내 시장은 대차를 할 수 있는 시장 규모나 프라임브로커(PB)의 역량 및 자본 규모가 부족하다"며 "헤지펀드가 돈만 많이 모인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각 사의 헤지펀드 담장자들은 공통적으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문형랩이나 인사이트 펀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시장이 성숙하기도 전에 과도한 인기몰이를 했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상품에 대한 이해 부족과 무리한 운용으로 투자자들의 실망과 시장의 비난 역시 피해 갈 수 없었다. 김현태 우리자산운용 팀장은 "자문형 랩이라는 본보기가 있지 않느냐"며 "자문랩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결국 쉽게 사그라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마케팅 대상 자체를 기관 투자가들에게 한정 시켰다. 운용사 한 임원은 "세일즈는 기관 위주로만 하고 있다"며 "개인의 경우 5억원 이상이라는 진입 장벽도 있고 판매사 직원 교육도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현준 한화자산운용 과장은 "주로 기관 투자가 위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리테일을 안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트랙 레코드가 없는 상태에서 리테일쪽을 세게 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 수익률 경쟁 막아야.."헤지펀드는 시장과 상관없이 가는 것" 담당자들은 운용 성과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특히 헤지펀드가 도입 초기부터 단기 수익률 게임에 함몰 되는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정두 한국투신운용 상무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한꺼번에 같이 시작하는데 더군다나 전략도 같아 그야말로 레이싱이 될 수 있다"며 "성과에 대한 보도가 계속되면 이런 현상(수익률 경쟁)이 가속화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현준 과장도 "헤지펀드의 경우 수익자들과 운용자들 간에 어떤 신뢰의 경험을 쌓는 것이 먼저"라면서 "수익률 게임에 들어가면 손실 만회를 위해서 원래와 다른 전략을 사용하다 펀드가 망가지는 경우가 생긴다"고 꼬집었다. `헤지펀드=고수익`이라는 공식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기훈 상무는 "헤지펀드는 본래 시장 중립적인 상품"이라며 "시장이 오를 때 성과가 더 좋은 펀드가 있다면 베팅을 잘 한것이지 운용 스킬이 좋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정두 상무 역시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개념을 제대로 정착시켜야 한다"며 "절대수익, 원금보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바뀌어야 된다"고 강조했다.X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