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D-1]①"고교 축구선수가 바로 프리미어 갈 수 없다" (Edaily)

[헤지펀드 D-1]①"고교 축구선수가 바로 프리미어 갈 수 없다" ◇ 사모펀드와 닮았다..투자자 수요 옮겨올까 한국형 헤지펀드의 안착 여부를 따질 때 여러가지 잣대가 있겠지만 증시 큰손인 기관을 비롯해 연기금, 개인 자산가 등이 과연 돈을 넣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모펀드와 너무나도 닮긴 했지만 투자메리트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기관이나 연기금이 선뜻 투자에 나서겠다고 손을 들지 않는 이유다. A 대형 운용사의 한 본부장은 "가장 아쉬운 점은 일반 사모펀드와 헤지펀드간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라면서 "운용상 전혀 차이는 없는데 규제는 복잡해졌고 투자자들은 보수를 더 내야 한다"고 짚었다. 지금 1호로 출발하는 한국형 헤지펀드도 이미 기관들은 단독 사모펀드를 통해 맛을 봤다는 것이다. 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기존 사모펀드와 달리 한국형 헤지펀드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분명 펀드의 일거수 일투족이 어떻게든 공개될 것도 부담스럽다. B 운용사 헤지펀드 담당 임원은 "지금 당장은 `놀 곳`과 `놀 사람`이 뻔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투자자들이 급히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에쿼티 롱숏으로는 한계가 있고 운용역들 역시 기존에 롱 전략을 쓰던 사람들이 그대로 한국형 헤지펀드로 넘어와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C 대형 운용사의 이사는 "롱이야 잘하는 사람이 많아서 걱정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숏을 경험해본 매니저가 없다는 것과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 프라임브로커도, 투자자도 처음..경험 축적할 시간이 답 운용사 입장에서 프라임브로커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 프라임브로커 업무도 한국형 헤지펀드와 함께 새로 문을 열어 전혀 검증이 안됐다는 것이다. C 운용사 이사는 "다 비슷비슷한 전략으로 시작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사이즈가 커지고 전략이 다양해지면 서비스에 대한 요구사항도 높아지는데 어느 정도 부응할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국내 주식으로는 시장이 제한적이어서 해외주식에 대해서도 공매도 등을 해야 하는데 해외 주식을 중개할 프라임브로커는 전무한 상태다. 또 차입한도를 열어줬지만 얼마나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의견이다. B 운용사 임원은 "국내 프라임브로커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때 콜금리를 적용하는데 리보금리를 적용하는 해외와 비교하면 차입 메리트가 확실히 떨어진다"면서 "롱숏의 경우야 차입을 많이 쓰지 않겠지만 멀티전략으로 가기 위해선 여건이 아직은 녹록치 않은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운용규제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운용자격이나 투자자를 엄격하게 제한한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프라임브로커나 투자자, 운용사 모두 경험을 축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A 운용사의 본부장은 "운용전략이 됐든 투자자금이 됐든 어느 정도 규제는 필요하지만 지금 규제는 너무 강력하다"면서 "작은 곳들도 플레이어로 참여해서 다양한 기술을 구사해야하고, 투자자 요건도 사람수와 투자금액을 모두 적용할 필요는 없어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줄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쏠림 현상으로 부작용을 맞기 보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규제를 하나, 둘 풀어가고 투자자들에게도 점차 문턱을 낮춰 시행착오를 최소로 하는 것이다. 다만 그러는 사이 헤지펀드라는 상품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져 시장 형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의 분위기다. B 운용사의 이사는 "지금 우리는 고등학교 축구선수들과 같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프리미어 선수처럼 뛰게 해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시간이 흐르면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하는 선수도 있고 프리미어리그에 나갈 선수도 나올 것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