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영의 펀드수첩]나눠 담는 기술 (Edaily)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초보 주식 투자자에게 꼭 건네는 조언이 있습니다. `한번에 들어가지 말아라.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나눠서 들어가라` 입니다. 주식 투자에 아무리 통달한 고수라 해도 시장 전망이 쉽지 않습니다. 투자를 하면 할수록 내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주식 시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상하지 못한 이슈로 시장은 망가지기 일쑤입니다. 이런 시기를 겪고 나면 귓등으로 넘겼던 분할 매수 조언이 떠오릅니다. 이런 차원에서 만들어진 상품이 분할매수 펀드입니다. 제로인에 따르면, 1일 현재 분할매수 펀드는 50여개, 설정액으로는 8000억원 수준입니다. 특히 작년과 올해 상품 출시가 러시를 이뤘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비중을 줄이고, 내릴 때는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쓰는 펀드인 만큼 작년과 올해 시장 상황에 딱 맞는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분할매수 펀드 중 설정 규모가 가장 큰 펀드는 하나UBS자산운용의 컴팩트블루칩분할매수펀드로 1100억원 규모입니다. 지난 5월에 설정된 이 펀드는 최초 설정일로부터 한 달동안 주식을 60%선까지 매수했습니다. 나머지 40%는 유동자산에 투자했습니다. 1개월부터 3개월 사이에는 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주식을 분할 매수해 100%까지 늘리도록 설계됐습니다. 즉 3개월간 분할매수 전략을 써서 매수타이밍 리스크를 낮춘 상품입니다. 한화자산운용의 좋은주식압축순환분할매수펀드는 이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방법으로 분할 매수합니다. 먼저 설정 초기 펀드순자산의 20%를 30개 안팎의 종목에 압축 투자합니다. 이후 나머지 70%(총주식투자한도의 90%수준)를 운용 조정 수익률 달성 이전에 설정 다음달부터 첫영업일에 5%씩 추가매수를 합니다. 또 지수하락 정도에 따라 7%씩 추가 매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가 최초 설정일 기준 대비 96% 이상 98% 미만일 경우 7%를 추가 매수하고 94% 이상 96% 미만이면 7%를 더 추가 매수해, 결과적으로 14%를 추가 매수하게 되는 것이지요. 떄문에 설정일로부터 계산한 기간별 운용 수익률을 정해놓고 계속 추가 매수하는 방식입니다. 구간별 수익률을 정해놓고 상환여부를 따지는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할 매수를 다양하게 적용한 펀드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ETF를 분할 매수하는 펀드도 나왔는데요. KB자산운용의 ETF분할매수목표전환펀드는 그룹주 관련 ETF와 블루칩 관련 ETF, 코스피200 ETF에 삼분의 일씩 설정 다음날부터 3거래일간 분할 매수합니다. 전체 자금의 30% 수준에서 담습니다. 이후 열달 동안 다시 분할 매수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설정 다음달부터 최초 투자 이후 남은 60%의 자산을 매달 초 5거래일 이내에 매수합니다. 매수 기준은 각 유형별 ETF마다 벤치마크 지수값을 정해 80% 미만이면 2%x1.5, 80% 이상 90% 미만이면 2%x1.25, 90% 이상 110% 이하면 2%의 비율만큼 매수하게 됩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월지급식펀드에 분할매수방식을 도입한 펀드도 있습니다. 한국투신운용의 노블월지급식연속분할매매펀드는 기본적으로 매달 지정한 분배금(최초 납입금액의 0.7% 이내)을 지급하는 펀드입니다. 여기에 주식운용은 분할매수방식을 취했습니다. 주식자동매매 시스템 회사인 오토스탁사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하락시 분할 매수하고 상승시 분할 매도해 매매차익을 누적시킵니다. 설정 초기 30%를 주식으로 담은 다음 초기주가대비 50%까지 하락시 초기현금으로 전량 주식을 매수하고, 반대로 초기주가대비 50%까지 상승시 주식을 전량 매도합니다. 이 펀드를 운용 중인 정현철 팀장은 "연속분할매매 방식을 쓰게 되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주가가 제자리로 오더라도 투자수익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이것이 바로 분할매매의 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식 투자 초보 시절 흘려 들었던 조언이 `아차` 싶다면 분할매수 펀드에 맡겨보는 것도 답이 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