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지급식펀드, 개점휴업? `갯수는 늘었는데..` (Edaily)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펀드는 있는데 돈은 안 들어온다` 펀드 뿐이 아니다. 요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되는 상품이 없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지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올해 들어 새롭게 주목을 받으며 자금을 끌어들였던 월지급식펀드도 증시 폭락과 경기 우려라는 된서리에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 펀드 수 1년 새 4배로..`묻지마 투자` 측면도 월지급식펀드는 올들어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2007년에 국내에 처음 출시된 이래 지난해까지만 해도 9개에 불과했던 월지급식펀드는 올 들어 속속 신상품이 나오면서 지난 28일까지 총 36개에 달한다. 설정액은 지난해말 1589억원에서 8217억원으로 5배 넘게 뛰었다. ▲ 자료:제로인 이에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월지급식 펀드의 급격한 팽창세에 어느 정도 거품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 센터장은 "그 전에는 월지급식펀드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며 "초반에는 고객들에게 상품에 대해 이해시키느라 힘든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목돈을 넣어두고 다달이 용돈이나 월급처럼 일정액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은퇴자나 거액 자산가들 입장에서는 일단 솔깃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환상`은 금방 깨졌다.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서라면 몰라도 우리나라의 경우 정기예금 금리가 4% 안팎인 만큼 평균 5% 안팎의 수익을 내는 월지급식펀드의 매력이 크지 않았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팀장은 "은행에 예금을 넣어두고 다달이 이자를 받는 것도 월지급식 상품"이라며 "특정 지역이나 단기 이슈가 아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필요해진 투자 상품의 한 유형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증시 폭락 이후 자금 유입 `주춤`..보수적 투자 선호 이미 많은 상품이 나와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상품 출시가 줄어든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문제는 신규 자금 유입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 자료: 제로인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월지급식펀드로 들어오는 신규 자금은 올해들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7월달에는 1000억원대의 자금이 순유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8월에는 자금 유입규모가 반토막 나더니 이번달에는 61억원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렇듯 금새 인기가 식은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폭락하면서 월지급식펀드 뿐 아니라 투자 상품 전반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수익이 낮더라도 보다 안정적인 상품을 찾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김창수 센터장은 "최근 시황이 급변하면서 전반적으로 투자에 대한 공포감이 형성돼 있다"며 "월지급식 펀드도 고수익 고위험인 회사채에 주로 투자하는 하이일드 채권형보다는 글로벌 채권형쪽으로 권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8월 이후 가장 돈이 많이 빠진 펀드는 얼라이언스번스틴운용의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채권펀드`(글로벌하이일드채권형)로 285억원이 이탈했다.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의 `프랭클린템플턴월지급글로벌펀드`(글로벌채권형)로는 같은 기간 동안 737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게다가 월지급식펀드의 경우 수익이 월지급액 보다 적게 나면 원금을 헐어서 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출시된 월지급식 펀드 중 수익률을 공개하는 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3.7% 수준이다. 다만 김지은 슈로더투신운용 마케팅이사는 "보수적인 투자로 유명한 일본의 경우 월지급식 펀드가 원금 손실이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인기가 높다"며 "목돈을 거치해 두고 다달이 일정한 현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