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권,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에 `덜덜` (Edaily)

유럽 은행권이 그리스 때문에 그야말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리스 지원을 놓고 유로존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면서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 유럽 은행들로선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물려 있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맞게 될 경우 입게 될 타격을 고려, 서둘러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지만 위험에 노출된 돈이 여전히 막대해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CNN머니 등 주요 외신들은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 은행권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 이후에도 유럽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을 확충하지 못했으며, 대출 회수에도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면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보면 유럽 은행권은 지난해부터 채권 가치 탕감(헤어컷)이나 대출 회수 등을 통해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이른바 유럽 재정불량국들에 대한 익스포저를 일부 줄였으나 여전히 2조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이들 국가에 물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유럽 은행들이 저렴한 단기 대출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며 재정 위기가 확산될 경우 이는 은행권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닐 필립스 블루베이에셋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는 "그리스 채무 상황은 잠재적으로 유럽 은행 시스템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그리스의 디폴트와 그에 따른 역풍은 유럽을 매우 무시무시한 상황으로 이끌 수 있는 만큼 유럽 은행권은 당장 이에 대한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국 주요 은행들은 그리스 재정 위기 타개책 마련이 지연되자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감안, 수개월 전부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이들 중 스탠다드차타드(SC)와 바클레이즈는 유로존 회원국과 은행들에 대한 대출 회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SC는 몇 달 새 유로존 은행간 거래시장에서 수백만파운드에 달하는 대출을 회수했으며, 지난 몇 주간 유로존 관련 전체 자산도 기존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였다. 바클레이즈도 스페인 관련 자산을 지난해 6월 72억파운드에서 올해 4월 64억파운드로 축소했으며, 이탈리아 관련 자산도 1억파운드 이상 줄였다. 사이먼 애덤슨 크레디트사이츠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대다수 유로존 은행들은 지난 몇 달간 자체적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