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덕분에"..그리스 악재에도 유로화 `이상무` (Edaily)

유로존의 그리스 지원 합의가 계속 늦춰지고 있지만 유로화는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유로존 상황만 보면 어려운 얘기지만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더 악화되면서 앞으로도 유로화가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마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부채에 대한 민간 채권자들의 자발적인 차환을 모색하는데 의견 차이를 좁혔지만, 가장 중요한 긴급대출 결정은 다음 달로 미뤘다. 유럽 재무장관회의 부담감에 하락했던 유로화는 지난주 금요일 뉴욕에서 1.4302달러로 반등했고 이날 아침 아시아에서 1.4267달러를 기록하다 합의 도출 실패 소식 이후 오히려 1.428달러까지 올랐다. 불과 하루 전만해도 유로화가 1.10달러나 1.15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데 베팅하는 옵션 매수가 늘어났고 유로화가 1.35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앞서도 유로화는 작년 6월 1.20달러까지 내려갔지만 그리스 디폴트 리스크를 떠안고서 20%나 반등한 바 있다. 이처럼 그리스 악재에도 유로화가 꾸준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자 이날자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유로화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봄 그리스 문제가 불거졌을 때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고 시장 전망기관인 컨센서스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작년 5~6월중 애널리스트들은 올 중반까지 향후 1년간 유로화 전망치를 종전 1.2920달러에서 1.12950달러로 낮춰 잡았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들도 유로화 약세 베팅에 치중했다. 그러나 아주 단기적으로는 유로화가 약세를 보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약세에 베팅했던 세력들은 손실을 봤다. 지난해 유로화 숏(매도) 포지션을 추적한 지수인 파커글로벌 스트래티지스 커런시 매니저스 인덱스에 따르면 유로화 숏포지션이 이익을 냈던 기간은 작년 11월과 5월 두 달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같은 판단 착오는 유로화보다 달러화의 펀더멘털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점을 알지 못한 탓이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스트래티지스트는 "최근에 유로화에 숏 포지션을 취했던 많은 투자자들이 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우려와 달리 실제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화에 대해 점차 안전한 도피처라기보다는 문제있는 통화로 보고 있다. 이는 미국 재정 전망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아울러 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시장과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은행을 지지하고 있고 독일 등의 수출 호조 덕에 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히고 있다. 또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해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인상 대신 완화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ECB는 올초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여름에 또다시 추가 인상에 나설 뜻을 비췄다는 점 역시 유로화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아울러 중국이 지속적으로 유로존 채권을 매수하고 있고 중국 덕에 다른 나라 외환보유액도 미 달러화로부터 다변화하기 위해 유로존 부채를 점차 늘리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러스킨 도이체방크 스트래티지스트는 "유로존 문제보다 달러화가 더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흡사 바닥을 향해 달리는 레이스와 같다"며 "지금까지는 달러화가 레이스에서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