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씨티은행에서 팔고 싶어요" (Edaily)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펀드 판매처를 뚫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한 자산운용사 마케팅 팀장. 탐나는 판매처가 있지만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나마나 돌아올 답변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시중 대형 은행이요? 알짜 판매처는 따로 있어요." 운용사들이 가장 탐내는 판매처는 어딜까. 지점이 전국 어디에나 있는 국내 대형은행들일 것 같지만 아니다. 바로 외국계 은행들이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HSBC가 주인공들. 그 중에서도 씨티은행이 알짜 판매처로 꼽히고 있다. 요즘 돈 맛 좀 보고 있다는 펀드의 운용사들 역시 모두 씨티은행의 공이 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JP모건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JP모건코리아트러스트펀드`의설정액은 9084억원(에프앤가이드 기준) 규모. 이 중 2700억원 가량이 씨티은행에서 팔렸다.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의 `월지급식하이일드펀드` 역시 2000억원이 넘는 설정액 중 반 이상을 씨티은행에서 팔았다. `기업가치향상펀드`와 `Best중소형펀드`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알리알츠자산운용도 씨티은행의 덕을 봤다. 씨티은행이 이처럼 알짜 판매처가 된 이유는 뭘까. 씨티은행은 지난 2004년 한미은행과 합병 전 우리나라에서 지점이 1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펀드를 많이 파는 알짜 판매처였다. PB(프라이빗뱅킹) 고객이 많아서다. 씨티은행은 우리나라에서 `씨티골드`로 자산관리를 처음 시작한 곳이다. 그 당시 생소했던 웰스매니지먼트를 국내에 제일 처음 도입했다. PB고객을 상대로 펀드를 팔기 위한 세일즈 팀을 따로 둘 정도였다. 그 전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국내 중소형 운용사들 중 씨티은행을 판매처로 둔 곳은 한 곳도 없다. 판매론칭 승인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에서 펀드를 팔려면 싱가폴에 있는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 본사에서 승인을 해줘야 한다"면서 "정량적, 정성적 평가를 골고루 하고 운용사의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철저히 체크한다"고 전했다. 펀드의 불완전 판매 소지를 사전에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탁액이 적은데다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한 국내 중소형사들의 경우 사실상 외국계 은행을 판매처로 두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다른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한 예로 수익률이 좋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경우 국내 판매처를 모두 뚫었지만 외국계 은행은 한 곳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소형 운용사들의 경우 아예 외국계 은행의 문을 두드리지 않을 정도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