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폭풍 성장`..이유 있었네 (Edaily)

[이데일리 구경민 기자] 투자자 A씨는 금, 콩, 구리 등 상품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이들에 투자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이들을 직접 사러 다니는 것도 일이다. 현물로 사들인다 해도 보관할 창고도 없다. 지금 사놓고 미래에 팔 경우 실물이 변질돼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금이나 콩, 구리에 투자하는 ETF를 투자하면 고민 끝. 뉴욕상품거래소나 시카고상품거래소에 상장된 금, 콩, 구리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투자자 B씨는 분산투자가다. 반도체주에 관심이 많아 삼성전자에 투자하려니 90만원 가까운 주가가 부담스럽다. 또 한 종목에만 투자하자니 '몰빵'하는 기분이 든다. 때문에 분산투자를 위해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주들을 사들이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적절한 매수 타이밍에 한종목 한종목을 투자하는 것도 일이다. 투자자 B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투자자라면 반도체 ETF에 투자하면 된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 기업들로 구성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현재 주가는 1만7930원으로 많은 비용을 들일 필요없이 이들 종목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투자자 C씨는 주가 하락기가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불안하다. 하락장에 베팅하는 선물 매도 전략을 펴볼까도 했지만 비교적 큰 증거금이 부담스럽다. 주가 하락으로 수익을 내는 상품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투자하고 싶다. 이 경우는 인버스 ETF에 투자하면 된다. 주식시장 하락시 일간 수익률 만큼 역으로 수익이 발생한다. 투자자 D씨는 주식 거래세가 맘에 걸린다. 잦은 매매를 하다보니 거래세 0.3%도 무시못하게 됐다. 거래세가 없는 ELW에 투자해 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이제는 ELW 투자시 기본예탁금 1500만원이 필요하게 됐다. 때문에 ELW 투자는 엄두가 안난다.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이러한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경우를 해소시켜주는 상품이 바로 상장지수펀드(ETF)다. 2002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ETF 거래는 지난해부터 급속하게 크기 시작했다. ETF가 최초 도입됐던 2002년에 2개였던 상품 개수가 올해 4월말 현재 91개로 늘어났다. ETF 전체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5000억원에서 7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로 보면 매년 40% 이상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한국 ETF 시장의 시가총액은 7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2000억원이 늘어났다. 연초 이후 4월말까지 ETF로 순유입된 자금은 9138억원. 지난한해 동안 ETF로 유입된 자금이 1조388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자금 유입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국내 ETF 시장이 이처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데는 ▲원자재, 통화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용이성 ▲인덱스 펀드보다 보수·비용이 저렴한 점 ▲분산투자 ▲헤지전략 등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어서다. 특히 한국형 헤지펀드 제도가 도입될 경우 ETF 시장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손' 연기금들이 파생상품 거래가 줄고 ETF 투자 비중이 늘리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송인찬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팀장은 "헤지펀드의 경우 주식 롱-숏, 원자재, 파생상품 등을 활용한 투자전략이 가능하다"며 "ETF를 통해 숏 전략을 펼칠수도 있어 이에 대한 거래가 더욱 확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주영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ETF 운용본부장은 "해외 기관투자자와 연기금들이 자산배분 차원에서 비용이 저렴하고 투자 방법이 편리한 ETF에 투자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기관들처럼 국내 연기금도 ETF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