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은의 펀드수첩]"포트폴리오에 양념을 쳐라" (Edaily)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시험에 나올 만한 부분만 골라서 공부할 수 없을까? 학창시절, 시험을 앞두고 책상 앞에 앉아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생각입니다. 시험 범위는 너무 넓고 시간은 없습니다. 딱 시험에 나올 부분만 찍어서 공부하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선택과 집중`. 말은 쉽지만 따지고 보면 선택과 집중, 둘 다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강남에서 한 과목에 수백에서 수천만원씩 하는 `쪽집기 과외`가 유행하기도 하는 것이겠죠. 생각해보면 투자도 같습니다. 모든 종목을 골고루 담아가면서 늘 시장을 지켜볼 수 있다면 못해도 시장 수익률을 나올 겁니다. 하지만 그러기엔 자금도 시간도 부족한 것이 보통의 경우입니다. 바로 그런 고민에서 나온 것이 압축형 포트폴리오 펀드, 일명 압축형 펀드입니다. 말하자면 오를만한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상승의 `단맛`을 극대화하려는 펀드죠. 일반 펀드 입장에서 보자면 상당히 당돌하고 `이단아` 적인 발상을 가지고 있는 상품입니다. 될 수 있으면 모든 업종의 대표 종목을 골고루 담아 안정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웃돌고자 하는 펀드의 기본 취지를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세간의 비난에도 상승장일수록 또 업종별 차별화가 심할수록 압축형 펀드의 수익률을 빛을 발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올 들어 지난 4월까지는 압축형 펀드의 전성기였습니다. 지난해부터 코스피의 상승 국면이 진행되는 가운데 자동차, 화학, 정유 등의 일부 주도주의 상승률이 시장 상승률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소수 종목의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높은 수익률로 인기를 끌면서 압축형 펀드는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보통 1억원 정도인 자문형 랩의 최소 가입금액이 부담스러운 일반 투자자들은 압축형 펀드로 몰렸습니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압축형 펀드(설정액 50억원이상)로는 1조1066억원이 순유입됐습니다. 같은 기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3조5436억원의 순유출된 것과 비교해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 것이죠. 올해만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오며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최대 규모의 자금이 순유입된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 펀드도 압축형 펀드입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압축형 펀드는 시련의 계절을 맞았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가격 부담과 수급 여건으로 시장이 빠지면서 많이 올랐던 종목들이 더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승장의 주도주를 선택해 집중 투자했던 대다수 압축 펀드의 수익률은 당연히(?) 시장 하락률을 밑돌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들고가야 할지, 버리고 갈지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시점입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은 장기 투자 관점에서 들고 가되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압축형 펀드가 상승장에서 더 차별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는 하지만 소수 종목 투자에 따른 종목 리스크가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큰 것도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압축형 펀드는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는 적극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며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므로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길게 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도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한 상승 추세가 유효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압축 포트폴리오 등 성장형 펀드에 대한 관심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압축형 펀드가 하락장에서 무조건 시장 수익률을 밑돌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라고 강조합니다. `압축형 펀드=몰빵투자`라는 등식은 억울하다는 것인데요. 압축형 펀드가 일부 종목에 집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험 분산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현욱 유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무작위로 고른다고 했을 때 종목이 15개 이상만 되도 분산 효과의 85%를 누릴 수 있다"며 "종목 수가 적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하다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대형 증권사의 랩 운용 담당자는 "장이 하락할 때는 10개 종목을 100개 종목을 가지고 있든 손실을 피하기는 힘들다"며 "적은 종목을 가지고 있는 편이 오히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쉽다는 쉬운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압축형 펀드는 포트폴리오의 `주력 종목`이 될 수는 있지만 기본은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수업을 성실히 듣는 사람이 `찍기`의 승률도 높은 것과 같은 이치이죠. 수업을 잘 따라가면서 유명 강사의 온라인 강의도 챙겨 듣는다는 생각 정도로 압축형 펀드에 투자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