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지진 있었나?`..독야청청 日펀드 언제까지 (Edaily)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언제 지진이 있었나 싶게 일본 펀드가 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폭삭 주저앉았던 일본 증시가 기지개를 켜면서 일본 펀드에도 밝게 햇살이 들고 있는 것. 최근 한달간 수익률은 해외 펀드 중에 가장 좋을 정도다.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일본 펀드의 최근 한달 수익률은 2%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최고다. 고점 부담으로 국내외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으면서 대부분 해외 펀드가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플러스를 기록한 유형은 단 두 개 뿐이다. 유럽 주식 펀드와 일본 주식 펀드가 그 주인공. 그 중에서도 유럽 펀드가 1%에 못 미치는 수준에 그친 반면 일본 펀드는 2% 넘는 성과를 냈다.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랠리를 펼치던 신흥국 증시에 제동이 걸리면서 글로벌 신흥국 펀드와 남미 신흥국 펀드 등이 5~6%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좋은 성적이다. 같은 기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펀드는 1.2%, 북미 주식형 펀드는 2.3% 하락률을 나타냈다. 최근 글로벌 증시 조정에도 일본 펀드는 상대적으로 낮은 하락률을 보이며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진 이후 미운오리로 전락했던 일본 펀드가 백조처럼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안팎으로 복합적인 원인을 지닌다. 우선 단기 급락에 따른 반등효과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지진 발생 이후 이틀에 걸쳐 16%나 떨어졌을 정도로 단숨에 폭락했다. 1만선을 웃돌던 지수는 순식간에 8000대로 추락했다. 가파른 하락은 급반등의 디딤돌이 됐다. 이후 지수는 9000선, 9500선을 차례로 회복했다. 이달 초에는 지진 발생 이후 처음으로 1만선 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복구 작업도 투자심리 회복에 도움을 주는 요인이다. 방사능 유출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고 원전에 대한 수리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지진 피해를 극복하는 과정이 장기 침체된 일본 경제를 일으키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증시가 기대 이상의 회복력을 보이면서 일본 펀드를 빠져나갔던 자금도 고스란히 돌아왔다. 지난 3월 한달간 일본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44억원. 그러나 4월에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총 189억원의 자금이 일본 펀드로 유입됐다. 지진으로 유출된 이상의 자금이 회복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강세가 `반짝 효과`일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지진으로 인한 충격이 해소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나 일본 경제의 본질적인 면을 감안할 때 장기 추세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경제가 짊어지고 있는 장기 부채 부담이 여전하고 소비와 고용의 동반 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엔화 강세로 수출경쟁력도 부진함을 떨쳐내기 어려워보인다는 논리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선진국 증시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이머징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일본 증시 강세가 유난히 두드러져보이는 것일 뿐"이라며 "이제는 지진 악재와 그 해소과정보다는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적 측면에 보다 초점을 둬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