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민의 펀드수첩]`펀드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Edaily)

[이데일리 구경민 기자] 80년대 영화 `터미네이터`를 기억하시나요. 로봇 인간 `터미네이터`가 지구에 와서 인간과 싸움을 벌인다는 내용입니다. 기발한 발상과 뛰어난 특수효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죠. 최근에는 퀴즈쇼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누르고 승리했다는 얘기가 들려옵니다. 특히 인간이 해야할 일들을 로봇이나 기계가 대체하면서 인간과 기계가 어느 선까지 공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연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간과 기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버린 것인데요. 결국 관건은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느냐가 되겠지요. 주식시장만 봐도 그렇습니다. 순식간의 차이로 몇십, 몇백억원을 눈앞에서 잃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데요. 실수의 대부분은 인간의 판단력에서 비롯됩니다. 아무래도 인간은 순간적인 감정이나 고집, 독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죠. 이런 점을 반영해 펀드매니저의 주관을 배제하고 과학적 계량분석 기법으로 수익을 내는 펀드가 등장했습니다. `퀀트펀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펀드는 시장이 반복적으로 범하는 오류를 미리 파악해 역이용하거나 평균적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추구합니다. 또 중장기적으로 투자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변동성 대비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퀀트펀드가 안정적 수익을 내는 펀드로 자리매김했지만 국내 퀀트펀드 시장은 그동안 불모지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퀀트펀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퀀트전략형 펀드 설정액은 현재 4000억원에 이릅니다.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규모가 작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말 20억원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급격한 성장세입니다. 국내에서 퀀트펀드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초 공모펀드에 거래세를 부과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들은 선 · 현물 차익거래를 통해 시장 대비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거래세 부과로 차익거래가 힘들어지자 퀀트펀드가 대안으로 주목받게 됐습니다. 현재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퀀트액티브` 펀드 등 21개 퀀트펀드가 출시돼 있습니다. 펀드별로는 `대신액티브퀀트`의 최근 1개월, 6개월 수익률은 각각 11.7%, 23.6%로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3.5%p, 5.0%p 넘어섭니다. 또 `GS골드스코프퀀트` 펀드의 6개월 수익률도 23.6%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14.2%를 크게 웃돕니다. 이러한 양호한 수익률은 계량적 분석을 통해 변함없는 전략을 추구할 수 있었다는 점을 토대로 합니다. 펀드매니저의 순간 판단으로 수익률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는 단점을 커버한 것이죠. 또 퀀트펀드 계산 모델은 자산운용사의 과학적이면서도 체계화된 분석력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들이 수익률을 신경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테면 운용사 고유의 내공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영역이라고 할까요. 이미 기관투자가들에게 `퀀트 펀드`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증시 큰손인 국민연금은 지난 2008년부터 주식 자산군에 `액티브 퀀트`라는 유형을 따로 만들어 외부에 운용을 맡겨오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퀀트펀드에 위탁운용을 맡긴 자금은 지난해 말 3조6000억원에 달합니다. 이정은 푸르덴셜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퀀트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계량모델로 종목을 선정하고 매매하기 때문에 일반주식형펀드보다 변동성이 낮다"며 "위험조정수익률과 성과 지속성이 우수한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장기적인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 위험관리 관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