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그렇게 많다며?"..동유럽펀드 "난 달라" (Edaily)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분명 유럽 펀드다. 포르투갈이 구제금융 신청 문 앞까지 간 데다 스페인마저 대규모 국채 만기를 앞두고 있어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그 지역, 유럽 말이다. 그런데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 올들어 석달간 성적은 해외 주식형 가운데 2위. 원자재 가격 상승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러시아 다음으로 좋은 성과다. 주인공은 `유럽신흥국펀드`. 구소련에 편입돼 있다가 철의 장막이 무너진 후, EU에 속속 가입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을 투자 대상으로 한다. 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유럽신흥국펀드는 올들어 지난달 30일까지 7% 수익률을 기록했다. 1위에 오른 러시아펀드(9.4%)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익률이다. `유럽` 이름을 나란히 달고 있기는 하지만, 주로 서유럽 국가를 투자 대상으로 하는 `유럽펀드`는 상황이 반대다. 올들어 수익률은 1% 정도. 마이너스권은 아니지만 신흥국펀드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최근 한달새 수익률은 더욱 극명하게 벌어진다. 유럽신흥국펀드가 5.8% 수익을 내며 러시아와 인도 등에 이어 상위권에 오른데 비해 유럽펀드는 0.01% 하락하며 제자리에 머물렀다. ▲ 자료: 제로인 동유럽 국가는 서유럽 지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다. 서유럽이 콜록이기만 해도 동유럽 경제는 바로 드러누울 정도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에 이어 포르투갈, 스페인 등으로 재정위기가 번져가면서 서부와 남부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도 동유럽 펀드가 양호한 것은 이례적이다. 동유럽 펀드가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러시아가 있다.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으로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가격이 크게 뛰면서 자원 부국인 러시아 증시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 작년말 1600선이었던 러시아 RTSI는 최근 2000선을 넘어서며 꾸준한 상승세다. 실제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유럽신흥국펀드는 러시아를 절반 이상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다. 1개월새 수익률이 가장 좋은 `미래에셋맵스MSCI이머징유럽인덱스` 펀드가 러시아를 60% 넘게 담고 있는 것을 비롯해 `신한BNPP봉쥬르동유럽플러스` 펀드가 러시아를 66% 넣고 있다. `푸르덴셜동유럽` 펀드 역시 러시아 비중이 65%에 달한다. 최정원 현대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최근 유가 상승 덕에 러시아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러시아펀드는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 비중이 높은 동유럽펀드까지 성과가 좋다"며 "러시아 증시 호조가 이어진다면 좋은 수익률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단기간내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동유럽 펀드에 대한 기대를 지나치게 높여잡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서유럽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유로존 불안을 가볍게 볼 수 없다"며 "3월에 집중됐던 국채 만기를 무사히 넘겼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려면 재정적자를 줄이고 수출을 늘려 자생적인 경제활동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