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은의 펀드수첩]사랑도 펀드도..문제는 `타이밍` (Edaily)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가슴 아픈 시련을 겪은 후 다시는 연애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 남자 혹은 그 여자를 원망해 본 경험도 한번쯤 있을 만 하지요. 하지만 그 사람이 나빴다기보다는 혹시 어긋나버린 타이밍의 문제는 아니었을까요. 조금 더 빨리 또는 더 늦게 만났다면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사랑 뿐 아니라 모든 일은 타이밍입니다. 투자에서도 시기를 잘 잡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지요.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되짚어 보면 그 주식이나 상품이 나빴다기보다는 투자의 시점이 문제였던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들어가는 시점을 언제로 택하냐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입니다. 아예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대표적인 예가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이른바 QFII(Qualified Foreign Institutional Investor)펀드입니다. QFII란 중국 정부에서 인정한 해외기관투자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오랜 기간 닫아놨던 자본시장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자금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오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부여하는 일종의 투자 자격인데요,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 후 자격을 부여하는 겁니다. QFII 자격을 취득하면 정해진 한도내에서 중국인과 동등하게 중국 본토시장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8년 푸르덴셜운용을 시작으로 미래 삼성 한화 한국 동양 KB KTB 등 자산운용사 8곳과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은행 2곳이 투자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당시 중국 주식시장은 세계 증시의 `다크호스`로 평가받으며 주목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찬란하게 떠오르는 신흥 시장이었죠. 그 좋다는 중국 시장, 그것도 본토 주식에 직접 투자한다는 소리에 많은 국내 투자자들의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최초로 국내에 출시된 QFII펀드인 푸르덴셜운용의 `푸르덴셜중국본토펀드` 이후 출시되는 펀드마다 빠른 속도로 한도가 소진됐습니다. 중국 펀드에 가입 안한 사람을 찾는 것이 빠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요. ▲ 상해 A주 지수 흐름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중국 본토 펀드는 그다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타격이 컸습니다. 세계 어느 증시보다 빠르게 올랐던 중국 증시는 또 어느 증시 못지 않게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졌고 이는 강한 긴축 정책으로 이어졌습니다. 증시는 더욱 힘을 쓰지 못했고, 중국 펀드도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던가요. 반토막 난 중국 펀드를 보는 투자자들의 심정이 얼마나 착잡했겠습니까. 다시는 해외 펀드 안하겠다며 쓴 눈물을 삼킨 투자자가 한 둘이 아니었지요. 하지만 올들어서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세계 경기 회복에 힘입어 중국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속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 이후 강도높게 추진됐던 긴축 정책이 살짝 누그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자료: Bloomberg,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 리서치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신상품 출시 소식도 속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KB자산운용이 지난 22일 `KB중국본토A주식펀드`의 판매를 시작한데 이어 KTB자산운용도 중국 본토펀드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또 지난해 승인 받은 한도를 모두 소진했던 동양투신운용 역시 올해 다시 QFII 한도를 신청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세계 4대 연기금인 `큰 손` 국민연금이 중국 정부에 QFII 자격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 증시는 저점을 다지는 국면으로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긴축 정책도 2분기를 정점으로 꺽일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긴축 압박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탈 경우, 익숙한 홍콩H주보다 중국 본토 주식이 받는 수혜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 때문에 지금은 부진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만한 시장이 없다"며 "중국 경제가 성장할 경우 홍콩H주보다 본토 주식인 A주가 더 크게 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연의 상처가 아프다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는 건 불행한 일이겠지요. 연애든 투자든 실패의 경험을 거름 삼을 수 있을 때 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