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뒀으면 330% 먹는건데…` (Edaily)

서울에 거주하는 55세 김 모씨. 정년은 58세지만, 김 씨는 재작년 이미 일을 그만 뒀다. 공무원도 중도 탈락 얘기가 나오는 판에 사기업에서 정년을 다 채우고 나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알음알음 찾아하는 소일거리로는 한달에 100만원도 손에 쥐기 어렵다. 불규칙하고 들쑥날쑥해 일정한 소득으로 잡기도 어렵다. 아이들은 모두 분가했고 부부 둘 뿐이지만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빠듯하다. 자녀들이 보내주는 얼마간의 용돈과 그동안 저축했던 돈을 야금야금 까먹으며 살림을 잇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좀 다르다. 10년 전 가입했던 연금저축이 만기를 맞고 수령이 가능한 55세가 되면서 알토란 같은 추가 수입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 올해는 손자들 용돈을 좀 넉넉히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김씨는 흐뭇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에 연금저축이 도입된 것은 지난 2001년이다. 이전까지는 개인연금펀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가 2001년 이후 연금저축펀드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완전 비과세에서 과세 대상으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세율은 일반 저축에 비해 크게 낮다. 연금을 받을 경우 세율은 연 5.5%로 일반 소득세율 15.4%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001년에 가입했다면 꼭 10년이 되는 올해부터 5년 이상 기간에 걸쳐 분할 수령할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는 10년 이상 납입한 경우 55세부터 5년 이상 기간에 걸쳐 나눠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2001년 당시 설정된 연금저축펀드는 모두 20여개. 이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한국투자운용에서 내놓은 `한국투자골드플랜연금`이다.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이 330%에 달할 정도로 성과가 좋다. 이 펀드에 가입해서 10년간 매월 50만원씩 부었을 경우 원금은 6000만원. 세금을 제한 후 원리금은 1억400만원 정도다. 이 금액을 10년간 매월 동일한 금액으로 나눠 받는다면 한달에 138만원을 받을 수 있다. 20년에 나눠받아도 101만원씩 받는다. 매월 얼마씩 납입했느냐, 얼마간 부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10년간 차곡차곡 모았다면 노후 생활에 작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례에 등장한 김 씨처럼 한달에 100만원 이상 챙겨받을 수 있는 가입자는 많지 않다. 도입 당시 연금저축에 대한 인식이 분명치 않아 일찌감치 가입한 사람들이 대부분 중도 이탈했기 때문.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20~30만원씩 내다가도 10만원으로 줄여버리거나 자금이 모자라면 그만두는 사람이 많았다"며 "장기 투자와 연금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부족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다른 연금저축펀드 역시 성과가 나쁘지 않다. 하나UBS자산운용에서 설정한 `하나UBS인Best연금`이 320%의 누적 수익률을, 푸르덴셜운용의 `푸르덴셜연금 전환KM`과 신영운용에서 내놓은 `신영연금60 전환`이 각각 290%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 출처: 제로인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연금저축펀드에 관심 가질 것을 조언하고 있다. 과세 혜택이 높고 안정적 수익이 가능해 노후 보장용 자금으로 활용할 만 하다는 것. 특히 이제까지 300만원 한도였던 소득공제금액이 올해부터 400만원으로 증액되는 만큼 매년 연말정산 때마다 쏠쏠한 재미도 기대할 수 있다. 김동섭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은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끝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가 줄어드는 등 자산관리를 둘러싼 규제 여건이 변하고 있다"며 "소득공제 면에서 헤택이 큰 연금저축펀드를 연초부터 미리미리 챙겨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의할 점도 있다. 매년 받는 연금액이 600만원을 넘어가면 초과액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또 10년을 채우지 않고 중도에 해지하면 22%의 기타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양은희 한국투자증권 차장은 "절세와 누적수익 효과를 충분히 누리려면 장기 투자가 필수"라며 "연금저축은 단기간 수익에 연연할 게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 멀리 보고 길게 가져가야 할 상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