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는 껍데기? 사모펀드 운용도 자문사 손에 (Edaily)

A라는 대형 자동차 부품업체가 있다. 해외에서 자동차 부품을 수주했다. B라는 또 다른 소형 부품 생산업체가 있다. A는 B에 부품 수주를 넘긴다. B가 만들어 오면 A는 잘 포장해 해외에 보낸다. 이 경우 A는 자사 이름을 내걸고 수주를 해오지만, 사실 만드는 주체는 B다. 제조 능력 면에서는 B가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자문형 사모펀드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문형랩이 인기를 끌다보니 큰 손 고객들이 은행에 자문형랩과 비슷한 상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은행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을 운용사에 맡겨 운용을 부탁한다. 운용사는 자문형 사모펀드를 설정하고 운용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문사로부터 종목 선정에 대한 자문을 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자문을 받는데 그치지 않고 운용상 핵심과정까지 자문사가 맡아 하는데 있다. 운용사는 자문사가 선정한 종목을 지정한 비중만큼 사들이는데 필요한 주문을 내는데 그칠 뿐이다. 자문형 사모펀드를 설정만 했을 뿐 사실상 운용까지 자문사가 직접 맡는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운용사가 자문형 사모펀드까지 운용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모형 펀드 외에 규모가 작은 사모펀드까지 일일이 운용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운용사 능력이 안돼서 자문사에 의지하는 꼴"이라며 "역량이 모자란 중소형 운용사들이 무리하게 자금을 유치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자문사에서 포트폴리오를 제공받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운용까지 일임하는 것은 영역 침범의 문제를 넘어 운용사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운용사는 자문사에 일임 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문사가 직접 운용에 관여하는 것은 위법이다. 금융당국은 자문형 사모펀드에 대해 운용사가 자문사에 운용까지 맡겼는지 여부를 살펴 위법성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문형 사모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자문사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며 "운용사가 자문사에 일임 운용한 상황이 포착되면 문제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통제나 계약 규정 등을 관리 감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