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를 굴리는 사람들]"15년 증권인생, 펀드에 걸었다" (Edaily)

[이데일리 구경민 기자] 익숙함을 뒤로 하고 새로움에 도전하는 모든 일은 무게를 지닌다. 이미 자리잡은 곳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지는 조직을 택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특히 셀사이드(sell-side, 증권사)에서의 15년을 내려놓고 바이사이드(buy-side, 운용사)로 옮긴다는 것은 낯선 도전이었다. 평소 후배들에게 `자주 옮기지 마라`고 버릇처럼 말하던 그였기에 더욱 그랬다. 힘든 선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임정석 산은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주식운용본부장 겸임, 사진)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임 센터장은 "애널리스트, 브로커, 이코노미스트, 전략 등을 다 해 본 경험이 운용사에서 크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셀 쪽에서 쌓아온 경험을 검증받고 싶던 차에 새로운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 리서치 센터를 신설했다. 그는 첫 리서치센터장이 됐다. 새로 옮긴 지 곧 1년이 된다. 산은자산운용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표 선수로 내세울 만한 간판 펀드가 없다는 것이었다. 임 센터장의 업무는 여기서 출발했다. 그저 그런 수익률을 내는 펀드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확실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이 목표였다. 소수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2020 주식형 펀드`가 그렇게 나왔다. 지난해 8월 출시된 `2020 주식형 펀드`는 지난 5일 기준으로 설정 이후 수익률이 21.48%로 벤치마크 수익률인 17.31%보다 4.17% 초과수익을 달성했다. 출시된지 넉 달 만에 이룬 쾌거다. 공모와 사모, 주식형과 혼합형을 합한 펀드 규모는 약 580억원 정도. 소수종목 집중투자 펀드를 대중화시키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삼성증권 자문형랩에 자문서비스를 제공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목표수익률 10%를 달성한 것.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4.84%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익이다. 임 센터장이 과거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이끌면서 체득한 종목 분석과 정리, 관리, 투자 판단 등의 경험과 노하우가 이뤄낸 결과물이다. 차별화 전략이 적중했다. 임 센터장은 "대형 우량주를 편입시키는 기존 압축 포트폴리오와 다르게 중소형주를 과감하게 편입했다"며 "대형주와 중소형주 비중을 10대 5로 맞춰 소수 종목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산투자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특히 `바텀 피싱(Bottom Fishing)` 기법으로 단기 초과수익을 냈다. 이는 기업 내재가치 대비 주가가 급락할 때 분할매수했다가 주가가 회복할 때 분할 매도하는 방법이다. 기업 내재가치와 주가가 일시적으로 크게 괴리를 보이는 종목을 사들이는 것. 이를 위해서는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15년간 증권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임 센터장의 능력이 100% 발휘될 수 있는 대목이다. 임 센터장은 "종목을 엄선하는 과정에서 펀더멘털, 투자매력, 유효성 검증 등 3단계에 걸쳐 필터링 작업을 진행한다"며 "그렇게 선정된 종목을 다시 타당한지 검토하고 마지막으로 기업탐방, 세미나 등을 통해 최종 선정, 투자 종목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임 센터장은 1995년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입사해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15년 동안 그가 몸에 담았던 증권사는 3곳에 불과하다. 그만큼 소신을 가지고 뚝심있게 일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한때 조정장을 잘 예측해 `족집게 전문가`로 통했다. 리서치 센터장을 맡아 꾸준한 성과를 내며 이름을 알려왔다. 하지만 주식시장 앞에서는 뛰어난 분석과 예측보다는 겸손이 더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임 센터장은 "주식시장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겸손이 중요하다"며 "높은 수익률을 내거나 시장 예측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겸소하지 못하면 반드시 실패하고 만다"고 강조했다. 운용에서도 같은 철학이 그대로 적용된다. 임 센터장은 "펀드매니저들이 수익률에 급급해 단기 매매를 하거나 복잡한 분석에 연연할 때도 있지만 높은 이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길은 오히려 단순하다"며 "경쟁력 우위에 있거나 꾸준한 이익을 내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것이 결국 수익으로 이어지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은자산운용`하면 `2020 주식형 펀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수익률 최고의 펀드로 올려놓는 것이 목표"라며 "내실있는 기업을 발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