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펀드]현대證②최철규 본부장 "잘 만들면 먹힌다"(Edaily)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올해 증시, 참 좋았다. 작년말 1700 밑에서 우물대던 코스피는 거침없이 달려 1900선을 정복했다. 한해 내내 더블딥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칭찬할 만한 성과다. 그런데 펀드가 문제였다. 주가 상승에 원금이 회복되자마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털고 나간 자금이 9월까지만 14조원에 달한다. 펀드는 더 이상 증권사의 수익원이 될 수 없으며 다시는 예전의 전성기를 되찾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섞인 푸념도 나온다. ▲ 최철규 본부장 이런 가운데 잘 만든 펀드는 충분히 불황을 이겨낼 수 있다며 고무된 이가 있다. 지난달과 이달 선보인 펀드가 잇따라 출시 이틀 만에 예정 공모금액을 꽉 채워 마감되면서 잠재 수요를 확인했다는 것. 최철규 현대증권 영업추진본부장(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흥행 공식은 이렇다. 자금을 직접 굴릴 자산운용사와 함께 머리를 맞댄다. 현 시점에 투자자가 가장 관심있어 하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테마를 정해 관련 종목을 물색한다. 구상부터 판매까지 한 세트로 이뤄지는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이 지난달 성공적으로 판매된 `중국으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 타겟플러스 펀드`다. 중국에 관심있는 투자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온라인게임이나 의류, 자동차 등 중국 소비시장 확대 수혜가 기대되는 국내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짰다. 이달 나온 펀드는 `부품소재 블루칩 타겟플러스 펀드`다. 핵심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수출 확대가 기대되는 국내 주요 부품·소재업체들을 투자대상으로 한다. 두 펀드 모두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최 본부장은 "예전만큼 활발하게 팔리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환매가 계속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중에도 분명 팔리는 펀드가 있다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원하는 펀드가 무엇인지를 잡아내서 그런 쪽으로 만들어내면 먹힌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요즘 인기몰이에 바쁜 그룹주펀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자신했다. 현대증권에서 선보인 범(凡)현대그룹주펀드는 출시한 지 1년 만에 40%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리면서 시장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 본부장은 "삼성 등 다른 그룹주펀드도 모두 좋은 종목들을 담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PBR이나 PER 등 밸류에이션으로 봤을 때 현대계열 종목들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증권은 우리나라에 투자 문화를 가장 먼저 심기 시작한 증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바이코리아(Buy Korea)` 열풍이 현대에서 비롯됐다. 역사를 만들기는 했지만 아픔이 있었던 결말은 이후 다소 위축된 행보로 이어졌다. 그동안 현대증권은 펀드 등 간접투자보다 직접투자 영업에 무게를 두면서 브로커리지 확장에 힘을 쏟아왔다. 이로 인해 2005~2007년 사이 증권가를 휩쓸었던 펀드장에서는 그리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자평이다. 그런 만큼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는 자산관리 영업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는 게 현대증권의 각오다. 자문사 위탁형을 제외한 직접 운용형 랩에서 업계 선두를 놓치지 않는 등 이미 가시적인 성과가 나고 있다.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전문적인 투자 자문을 모토로 삼은 자산관리 브랜드 `QnA`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 본부장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브로커리지 수입이 훨씬 매력적이지만 시장이 간접투자와 전문적인 자산관리 위주로 흘러가는 추세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문형 랩을 포함한 펀드 시장을 주시하고 있으며 새로운 차원에서의 자산관리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투자자 니즈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포착해 테마형 상품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며 "좋은 성과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