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싶어도 팔 수 없네"..해외ETF `고사 위기` (Edaily)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해외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 자산운용사는 최근 포트폴리오에 담았던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팔려고 매도주문을 냈다가 증권사로부터 안 된다는 답을 듣고 당황했다. 해외 ETF를 매수한 날들의 매수단가와 과표기준가 가중평균치를 모두 알아야 매도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7월부터 발효되면서 해외 ETF 과세기준이 달라진 탓이다. 이 운용사는 거래 데이터를 구축하기 전까지 당분간 해외 ETF는 가급적 담지 않기로 했다. 2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개정된 세법 시행령이 적용되면서 해외 ETF 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운용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매도가에서 매수단가 가중평균가를 뺀 가격과, 매도한 날의 과표기준가에서 매수한 날들의 과표기준가 가중평균가를 뺀 금액 중 규모가 작은 것에 대해 과세하도록 돼 있다. 그만큼 실제 이익과 과표기준상 이익중 적은 것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유리하다. 그러나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매수단가와 과표기준 매수단가 가중평균치를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팔때는 매도단가나 그날의 과표기준가가 바로 나오지만, 이미 사서 포트폴리오에 담아놓은 ETF에는 꼬리표가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각각 언제 매수했는지, 얼마에 매수했는지, 어느 증권사를 통해 매수했는지 시스템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파악이 불가능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매도주문을 낼때 증권사에 일일이 매수 관련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데 한 증권사와만 거래하는 것도 아니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증권사가 매수기록을 다 뒤져서 알려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운용사로부터 매도주문을 받은 증권사로서는 세금을 원천징수해야 하는 만큼 이 데이터 없이는 매도할 수 없다. 따라서 해외 ETF 매도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운용사들은 여간 번거로운 작업이 아니라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 ETF를 팔려면 상품 기준가 히스토리를 다 갖고 있어야 한다"며 "운용사가 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구축하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기 전에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장 펀드 환매가 들어오거나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해외 ETF 투자를 꺼리는 운용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해외 ETF 배당소득세 부과로 거래가 줄고 시장이 위축됐는데, 이처럼 데이터 구축에 따른 번거로움 때문에 더 고사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으면 모르겠지만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해외 ETF 매도가 어려워졌다"며 "당분간 해외 ETF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