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펀드에 속 다 탔다···`친구 따라 강남갈 걸` (Edaily)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김종민(가명 40세)씨는 요즘 집에 들어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퇴근하기가 무섭게 시작되는 부인의 잔소리 때문이다. 김씨 부인은 "남들은 3년 전에 들었던 펀드가 회복돼 팔았다는데 왜 우리 펀드는 이 모양이냐"며 채근한다. 김씨는 4~5년 전 부인을 설득해 일본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주위 사람들이 중국이나 인도 등 이머징 국가 펀드에 투자할 때 그는 일본을 선택했다. 일본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한 경험에다 미국에 이은 경제대국이라는 오랜 믿음에 주저없이 일본 투자를 결정했다. 중국이나 인도 투자펀드들이 고전하다 최근 속속 원금을 회복하면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1년이 흐르고 2년이 흘러도 원금 회복은 커녕 손실폭이 줄지 않는 `일본` 펀드를 가진 김씨의 속은 타들어 간다. 차라리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기분으로 이머징 펀드에 들어갈 걸 하는 생각에 후회막급하다. 일본에 투자하는 펀드는 해외 주식형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 운용·모펀드 제외)에서 수익률 최악 상위 40위 근처까지 점령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NG자산운용의 `파워재팬증권투자신탁1(주식)종류A`의 최근 3년동안의 손실률은 70.95%로 조사대상 해외주식형 펀드 중 최대 손실을 냈다. 다른 운용사에서 운용하는 일본 펀드들도 마찬가지다.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의 `FT재팬증권자투자신탁(E)(주식)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재팬글로벌리딩증권투자신탁1(주식)종류A` 역시 설정된 지난 2007년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60%이상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05년 설정된 하나UBS자산운용의 `일본배당증권투자신탁1(주식)`도 설정이후 지금까지 마이너스 60% 가량의 손실을 내고 있는 상태다. 일본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의 대부분이 반토막을 넘어 3분의1 토막 수준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수익률 선방을 한 상품들도 있지만 수익을 내진 못했다. 조사대상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최악 수익률 상위 300위권 정도를 차지한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재팬인덱스증권투자신탁1(주식)종류A`는 최근 3년간 수익률이 마이너스 3.2% 선이다. 지난 2006년을 앞뒤로 불어닥친 펀드 열풍으로 해외 주식형 펀드의 경우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이머징 국가를 떠올리기 십상. 그러나 `홈바이러스 효과`에 의해 인접 선진국인 일본에 투자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홈바이러스 효과`란 인접국에 대해 정보 접근성이 높고 자국과 함께 벨트로 묶여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에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투자자들이 멕시코에 투자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때문에 중국이 성장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고 기술면에서는 일본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강한 믿음들이 투자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장동력이 없는 일본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지 않아 관련 펀드 역시 `죽을 쑤고` 있는 것이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일본이 경제활력을 잃고 세계 경제가 위기를 겪으면서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부각돼 일본의 제조업이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관련 펀드가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한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해당국가가 위기를 맞았을 때 비중축소가 쉽지 않아 리스크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X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