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th SRE)⑧펀드신용평가제 "일단 도입하고 보자" (Edaily)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펀드신용평가 제도 도입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은 긍정적인 답변을 많이 내놨다. 당장의 실효성을 따지기보다는 일단 도입한 후 문제점을 보완해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공모펀드로 회사채 수요를 확보해 두지 않으면 수급기반이 크게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은 비용 부담 대비 효용이 작다며 조기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데일리가 실시한 제11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에서 펀드신용평가의 도입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당장은 도입효과가 작더라도 일단 도입해서 유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응답이 2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당장은 효과와 준비상태가 불분명한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해야 한다`와 `가능한 빠른 시기에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20.4% 및 18.4%로 뒤를 이었다. 전체 98명 가운데 66명이 펀드신용평가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셈이다. 펀드신용평가는 채권형 펀드의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에 대한 평가사 의견을 등급으로 부여하는 제도다. 투자자로서는 펀드가 안고 있는 리스크를 등급으로 명확하게 인식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거나 위험을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을 누릴 수 있다. 투자자산의 위험도를 쉽고 빠르게 인지할 수 있으면 그만큼 의사결정에도 속도가 붙는다. 회사채 펀드에 대한 수요 기반을 확대할 수 방안이 될 수 있는 것. 바젤3와 RBC 적용으로 은행과 보험권의 회사채 수요가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노력은 한층 의미를 갖는다. RBC제도는 보험사가 가진 각종 위험을 측정해 이에 상응하는 자본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리스크가 높은 채권을 들고 있을수록 보유해야 할 자본이 늘어나기 때문에 보험사의 채권 수요가 국공채 쪽으로 몰려갈 유인이 크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미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올초 보험사들은 4년래 최대 규모의 국공채를 매입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바젤3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에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고 유동성을 확보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채권에 대한 수요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한 자문위원은 "공모펀드 활성화 외에는 회사채 수요를 살릴 만한 대안이 없다"며 "궁극적으로 채권 수요가 펀드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야 한다고 본다면, 펀드신용평가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관별로 집계한 결과에서 자산운용사에 몸 담고 있는 응답자들은 압도적으로 `아직 도입 필요성이 적다`거나 `도입 필요성은 있으나 신평사의 분석능력을 감안할 때 효과가 회의적`이라는 쪽에 표를 던졌다. 막상 펀드를 직접 다루는 쪽에서는 펀드신용평가 도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이다. 다른 자문위원은 "펀드신용평가 대상이 될 만한 펀드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별로 안되기 때문에 사실상 투자자에게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지 미지수"라며 "운용사 입장에서는 부담해야 할 비용만 더 늘어나는 꼴"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에 대한 불신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또다른 자문위원은 "본질적인 업무인 등급 평가도 제대로 못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상황에 펀드 평가까지 맡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신평사에 대한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