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개편)⑤자산운용사 자금운용 족쇄 푼다 (Edaily)

[이데일리 정영효 기자]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 활성화의 또 다른 축은 자금의 공급자인 자산운용사들을 RP시장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돈의 공급자인 자산운용사들이 RP시장으로 들어오면 수요자인 증권사들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는 계산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초단기자금 시장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어서 자산운용사가 RP시장에서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면 돈을 빌리는 증권사 등은 RP시장으로 따라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 입장에서 보면 현재는 RP금리가 콜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RP시장으로 옮길 이유는 충분하다. 문제는 RP시장에서 자산운용사들이 RP거래를 하는데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준비중인 단기자금시장 개선안 역시 이런 장애물을 치우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 기사는 22일 오전 9시31분 실시간 금융경제 뉴스 터미널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및 이데일리 유료뉴스인 `마켓프리미엄`에 출고된 것입니다.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또는 마켓프리미엄을 이용하시면 이데일리의 고급기사를 미리 보실 수 있습니다.> ▲ 금융회사들간의 RP거래 규모는 최근 들어 많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콜거래의 10분의 1수준이다. ◇ 펀드간 자전거래 허용 대표적인 것이 자전거래(펀드간 이체거래)다. 자전거래란 자산운용사가 운용하고 있는 펀드들이 서로 자금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A자산운용사가 a펀드와 b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면 a펀드의 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때 b펀드의 남는 자금을 빌려주는 식이다. 이런 자전거래는 기간물(3일짜리 RP, 7일짜리 RP 등 만기가 1일을 초과하는 채권) RP를 발행하는데 필수적이다.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 자산운용사들이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겪지 않을 안전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가 만기가 1일인 콜론을 선호하는 것은 펀드환매에 대비해 자금의 일부를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굴려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자본시장법은 펀드간 자전거래를 금지하고 있다(시행령 제85조). 펀드간 자전거래가 과거 투신사 시절 실적이 우수한 펀드의 자금을 실적이 부실한 펀드에 몰아주는 `수익률 세탁`에 악용됐던 악몽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는 자산운용사들의 내부통제장치가 마련돼 있어 `수익률 세탁` 목적으로 자전거래를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이 규제를 풀어줄 것임을 시사했다. 자산운용사가 일괄적으로 RP거래를 하기 어려운 구조도 개선될 예정이다. 예탁원과 자산운용사 간에 일괄 주문과 배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종전에는 자산운용사가 5개 펀드에서 각각 10억원씩 빌려준다고 할 경우 예탁결제원에 각 펀드들이 건별로 주문해야 했지만 앞으론 이를 한 개의 주문(총 50억원)으로 할 수 있도록 예탁결제원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뜻이다. ◇ RP보유한도 규제도 풀어야 자산운용사의 RP시장 이주를 막는 또다른 제약은 RP보유한도 규제다. 자본시장법(금융위원회 규정 제7-19조)은 1개 증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RP의 규모를 펀드 자산의 10%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1개 증권사에 빌려줄 수 있는 자금규모를 제한한 것이다. 증권사 한 곳에 자금을 몰아줬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필요한 규제지만 자산운용사가 돈을 빌려줄만한 증권사들이 제한적이라는 게 문제다. 그나마 괜찮은 증권사들은 이러한 `10%룰`에 묶여 있고 10%한도가 남아있는 증권사는 신용이 떨어진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은행에 비해 신용도가 훨씬 낮기 때문에 RP거래를 통해 자금을 빌려줄 수 있는 증권사가 별로 없다"며 "한 곳에 몰아주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는 필요하지만 우량한 증권사는 한도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담보로 제공하는 채권(주로 국공채)의 가치가 빌리려는 자금규모보다 높을 경우에는 보유한도 이상 자금을 거래할 수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 낮다는 게 문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공채라 하더라도 가치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실제 RP거래에서 이 같은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증권사의 신용등급에 따라 보유한도를 달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