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돈 MMF와 채권형펀드에 몰린다 (Edaily)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전세계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저금리 환경으로 이머징 마켓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주식형 펀드로도 돈이 들어오는 추세다. 그러나 국내 자금흐름을 보면 정반대다. 주식형 펀드에서는 환매하기 바쁘고 안전자산 대명사인 머니마켓펀드(MMF)나 채권형 펀드로만 돈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 특판예금 등으로 흡수됐던 자금이 더이상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MMF나 채권형 펀드로 들어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증시가 오를 수록 환매강도가 높아져 당분간 자금유입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높다. ◇ 국내 주식펀드서는 빠지고 MMF·채권형 펀드에는 쌓여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4307억원이 순유출됐다. 지난달 저가매수 자금이 유입되면서 7356억원 순유입을 보였지만 한달만에 다시 유출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최근 사흘연속 환매 강도가 높아지면서 매일 1500억원 안팎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채권형 펀드로는 돈이 들어오는 모습이다. 이달들어 26일까지 2조3022억원 순유입돼 지난달 유입액 1조1501억원에 비해 규모를 확대했다. 채권혼합으로도 지난 26일 1000억원 넘게 순유입됐다. MMF 설정액도 쌓이고 있다. 국내 MMF 설정잔액은 8주 연속 증가해 지난주말 85조원을 넘어섰다. 올초 한때 68조원대까지 감소하기도 했지만 이달들어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차장은 "시장에 갈 곳 없는 자금이 MMF나 채권형, 혹은 채권혼합형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특히 기관 자금이 채권혼합형인 공모주펀드나 분할매매식으로 안전자산 성격이 짙은 펀드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중 자금을 빨아들였던 은행들의 특판예금도 한계에 달했고, 그렇다고 증시에 투자하기에는 불안하니 MMF와 채권형 펀드에 일단 묻어두자는 것. 박현철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보통 단기적인 투자처로 MMF를 선호한다"며 "연초라 기관의 자금집행이 더딘 이유도 있을 것이고 최근 머니마켓트러스트(MMT) 규제에 따른 반사효과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MMT 역시 초단기 상품으로 단기투자처라는 점에서는 MMF와 비슷하다. ◇ 코스피 1700선 돌파..한동안 자금유출 지속될 것 한편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유출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박 애널리스트는 "아직도 원금회복성 자금이 덜 빠져나간 상황"이라며 "코스피지수가 앞으로 올라서 1750선에 도달할때까지 환매강도는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차장 역시 "리스크가 아무리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지수대가 1800선이 많아 원금 근처에 가면 환매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차면 넘친다고 부동자금이 많아지면 일부 증시로 흘러가는 돈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보통 MMF자금 증가를 이해하는 시각은 안전자산 선호이지만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대기성 자금의 성격도 있다"며 "잠재적으로 주식자산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