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보수 인하..독일까 약일까? (Edaily)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신규펀드 뿐 아니라 기존에 팔린 주식형펀드도 판매보수를 1% 이내로 낮추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펀드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펀드 판매보수가 낮아지면 단기적으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펀드 판매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판매사들이 굳이 수수료가 낮은 펀드를 팔기 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상품 판매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판매사들이 펀드 판매보수는 낮게 받는 대신 펀드 판매수수료를 따로 받고, 판매수수료 차등화해 고객들을 경쟁적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판매사 수익성 악화 불가피..투자자 `당장은 좋은데…` 15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전체 주식형펀드의 판매보수는 1.23% 가량이다. 국내 투자자에게 인기있는 액티브펀드의 경우 판매보수가 2% 안팎으로 높은 편이다. 지난 2008년 판매사들은 판매 보수로 1조8000억원 가량을 벌어들였다. 때문에 단계적으로 판매보수가 낮아진다 해도 판매사들의 수익 악화는 불가피하다. 대형 증권사 리테일담당 임원은 "정부가 일단 방침을 정했으니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쉽게 말해 예전에 펀드를 100억원 가량 팔면 2억원이 남았는데 앞으로는 1억원만 남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펀드연구원은 "큰 방향에서 보면 판매보수를 낮추는 것은 맞다"며 "최근 펀드수익률이 곤두박질 치면서 판매보수와 수수료체계에 불만이 많았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호재"라고 평가했다. 다만 "판매사의 수익이 낮아진다는 것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질도 낮아 질 수 있다는 뜻"이라며 "적절하게 펀드 보수를 내리면서도 서비스 질을 높인다면 펀드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펀드 대신 랩·예금 등 고수익상품 치중..비용 절감노력 강화 다만, 펀드 판매사들은 펀드 대신 수익성 높은 다른 상품판매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럴 경우 펀드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선 증권사 리테일 담당 임원은 "단기적으로는 펀드보다 수익이 많이 남는 랩상품 판매 비중을 높이게 될 것"이라며 "길게 보면 펀드판매 외에 브로커리지나 IB영업을 강화하는 등 수익모델을 다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도 돈은 안되고 불완전 판매 위험이 높은 펀드 대신 예금이나 적금 가입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펀드 판매보수에 비해 예대마진이 높은 데다 수신기반을 확충할 수 있어 고객을 예적금으로 유도할 경우 `꿩 먹고 알 먹고`다. 아울러 펀드 판매 비용을 낮추기 위한 각종 방안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임원은 "현재 펀드판매 권유대행인을 대폭 늘려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라며 "보험 판매인력보다는 증권사에서 퇴직한 임직원이나 갓 졸업한 인력을 활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펀드 투자권유 대행인은 펀드 투자를 하고 싶은 고객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증권계좌 개설부터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까지 안내하고 설명을 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 `高 판매보수`서 `1% 판매보수+수수료`로 분화될 듯 이밖에도 보수와 판매수수료를 따로 받는 형태의 펀드가 증가하는 동시에 펀드 수수료 차등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대형 주식펀드는 판매수수료를 따로 받지 않는 대신 2% 안팎의 높은 판매보수를 내는 경우가 많다. 판매 보수는 펀드 가입자가 펀드 판매회사에 매년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내는 것인 반면 판매수수료는 가입할 때 한번만 내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액기준으로는 거의 대부분이 펀드 보수만 받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신규펀드 뿐 아니라 기존펀드인 경우에도 판매보수를 1% 이상 받을 수 없게 되면 내린 만큼 펀드 판매 수수료를 별도로 받아 보충하는 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판매수수료는 펀드 가입시 쉽게 드러나는 항목으로, 자연스럽게 고객들이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따라서 고객 저항을 줄여 고객을 끌어들이려면 판매 수수료를 따로 받더라도 궁극적으로 판매 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보수가 낮은 신규펀드의 성적이 꾸준히 유지된다면 경쟁관계에 있는 보수가 높은 기존 펀드들도 어쩔 수 없이 보수와 수수료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