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고객쟁탈전 격화 조짐…금융당국 "과속 경계령"(Edaily)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가 3주째로 접어들면서 슬슬 고객유치 경쟁이 불붙기 시작할 태세다. 금융감독당국은 자칫 유치경쟁이 격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늘리는 동시에 펀드 판매비용을 줄이겠다는 당초의 취지가 퇴색될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과열 조짐이 나타나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 옮겨도 얻을 게 없는데…`너무 많이 움직인다` 8일 금융당국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 시행 이후 지난 4일까지 총 2천306건에 437억좌(설정액 437억원)가 움직였다. 하루 평균 256건, 금액으로는 48억여원 가량이 이동한 것이다. 이는 펀드시장 전체규모에 비해서는 미미하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훨씬 많다는 평가가 많다. 사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별다른 이동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왔다. 판매사별로 차등화 할 수 있는 것은 판매수수료 뿐인데, 판매수수료는 대부분 선취로 떼어 간 경우가 많아 판매사를 옮긴다 해도 투자자들에게 금전적으로는 무의미하다. 또 판매사들이 펀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판촉활동이나 경품 등도 제공할 수 없어 얻을 것도 없다. 현재로선 움직일 이유가 딱히 없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는 판매원과 싸운 경우가 아니라면 옮길 이유가 없다"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판매사를 옮길 수 있는 선택권이 생겼다는 의미"라고 잘라 말했다. ◇ 감독당국 `과속 경계령`..상황 예의주시 이같은 사정을 잘 아는 금융당국도 이같은 이동 규모에 대해 금융사의 캠페인이나 실적 경쟁에 의한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발 더 나가 금융당국은 현 단계에서는 고객들이 너무 많이, 또 급격히 움직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감독당국의 당초 의도는 판매사 이동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판매사를 옮길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 판매사의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는 한편 시간을 두고 기존 펀드의 판매 수수료나 보수인하를 압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고객유치 경쟁이 격화될 경우 `선택권이나 서비스 질 향상` 보다 `이동 고객수`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판매사들이 기존 펀드 판매보수를 내리거나 자산관리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보다는 고객 빼앗아오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이렇게 되면 당국 의도와는 달리 판매사 이동제도의 취지가 변질될 수 있어서다. 초장부터 판이 틀어지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에도 경품 제공이나 마케팅담당자에게 성과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물론 고객을 얼마 유치하겠다는 목표 자체를 설정할 수 없도록 틀어막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 빗나간 고객 쟁탈전 엄중대처 금융감독당국은 판매사간 과열 경쟁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이미 금융투자협회 공동규약 형태로 마케팅 담당자에게 과도한 성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행위, 직·간접적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과도하게 주는행위, 과도한 부과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판매사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이 펀드 고객에게 펀드를 환매하고 특판 예금에 가입하라고 권유하거나, 몇 억 이상을 유치할 경우 얼마를 수당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감원은 우선 자율규제 효과를 두고 볼 계획이다. 다만 자율 규제가 무력화된다거나 자율규제 형태를 벗어난 판촉행위가 나타날 경우 직접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제도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계획"이라며 "필요한 경우 금융위원회 등과 상의해 대응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