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CIO인터뷰)"단기 모멘텀에 흔들리지 말라" (Edaily)

[이데일리 양이랑 기자]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시장 대비 초과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합니다" 송성엽 KB운용 주식운용본부장(사진)은 이같은 기업에 높은 점수를 준다. 이것이 KB운용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을 57%로 끌어올린 비결이다. 수탁고 기준으로는 업계 5위지만 수익률은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중 성장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KB그로스포커스펀드`의 수익률은 78%로, 벤치마크를 29%포인트 초과했다. 또 펀드 환매 물결 속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월 출시된 `KB한국대표그룹주펀드`는 최근 수탁고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2006년말 이 회사에 합류한 송 본부장은 "단기적 모멘텀에 흔들리지 않는 투자로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꾸준히 달성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 환매 추세는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되겠지만 가치주와 성장주에 초점을 맞출 것을 당부했다. ◇ 안정적인 현금 흐름·시장 대비 초과 성장 기업 `선호` 송 본부장은 "특정 국면에서 시장이 출렁일 때 투자 성적이 안좋을 수 있지만, `진정한 가치 투자`는 모멘텀에 의해 주식을 매매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이 좋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며, 현금 흐름이 우량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주 투자에 관심은 없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소형주는 비즈니스에서 `을(乙)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익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또 대주주의 전횡 등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사고팔 때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대형 우량주에 대한 선호를 나타냈다. 올해 여름에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앞두고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이 되면 벤치마크에서 중소형주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대형주 중심의 매매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펀드 라인업이 대체로 갖춰진 상태기 때문에 올해에는 새 펀드를 구상하기 보다는 현재 운용 중인 펀드에 주력해 덩치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송 본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1조원 규모의 펀드는 많지 않는데, 일단 규모가 크면 외부 변수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투자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펀드 환매 지속 전망.. "증시 조정받아야 자금 유입 코스피 지수가 1700선대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펀드 환매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증시가 조정을 받야야 한다고 송 본부장은 진단했다. 송 본부장은 "코스피 지수가 1700선 부근에서 움직이거나 지속해서 상승하면 환매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1분기에 단기적으로 고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시가 많이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상당히 회복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빠지게 되면 환매가 멈추게 된다"며 "지난해 4분기부터 이달까지 꽤 올랐기 때문에 조정을 거쳐야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좀더 구체적으로 증시는 이번 분기 고점을 찍고 2분기에 하락했다가 3분기 횡보를 보인 이후 4분기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내림세를 보이는 구간에서 낙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경기선행지수가 떨어지는 폭이 커야 조정도 크게 받는다"며 "올해 내수와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올해 주요 거시 변수는 환율·출구전략·中소비 강 본부장은 " 올해 주의깊게 보고 있는 매크로 변수는 환율, 출구 전략, 중국의 소비 성장률"이라고 말했다. 환율은 올해 상당히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수출업체들이 환율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만큼 신경써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최근 중국이 19개월만에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면서 출구 전략의 포문을 연 가운데 앞으로 각국의 출구 전략 물결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내수 시장 성장 가능성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소비에 기대서 수출하는 전략을 통해 경제 성장을 구가해 온 중국이 이같은 모델을 포기하고, 내수에 초점을 맞추려는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중국 소비 확대의 수혜를 입을수 있는 국내 업체에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중국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가전제품이 많이 팔리기는 하지만 판매 측면에서 하이얼 등 중국 업체를 따라가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완제품으로 팔리는 제품에 들어가고, 중국이 기술력을 갖지 못한 중간재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혜 업종으로는 화학, 반도체, LCD 패널 관련주 등을 꼽았다. ◇ 상반기는 선진국, 하반기는 이머징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 지역과 기간을 고려하면 상반기는 선진국, 하반기는 이머징 마켓이라고 그는 조언했다. 2분기에 선진국 펀드에서 이머징 마켓 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경기선행지수가 고점 부근까지 오른 가운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포함한 이머징 마켓의 증시는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는 기업공개(IPO) 증가에 따른 수급 부담이 예상되는데다 출구 전략 부담 때문에 증시가 국내총생산(GDP)회복세에 비해 지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금부터 향후 3~6개월 동안의 수익률은 선진국이 더 높고, 이 기간 미국 증시가 가장 `업사이드`에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국내 투자에서는 가치형, 성장형 펀드를 강조했다. 송 본부장은 "이른바 블렌드(Blend fund) 펀드라고 해서 가치, 성장, 테마가 섞인 투자를 내세우는 게 펀드가 있는데, 이같은 펀드 보다 순수한 가치형, 성장형 펀드에 초점을 두는게 애매한 스타일보다 좋다"고 조언했다. ◇ 송성엽 본부장은… 송 본부장은 1966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신문학과를 졸업했다. 91년에 동부증권에 입사하며 금융계에 첫 발을 들여 놓았다. 이어 99년에 대신투자신탁으로 이동, 2003년까지 주식운용팀에서 근무했다. 이후 2006년까지 PCA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에 몸담았다가 같은해 12월 KB운용에 합류, 주식운용본부장(상무)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