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펀드)①공존하는 낙관론과 비관론(Edaily)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내년에는 펀드 환매 행렬이 좀 멈춰설까. 올해 줄기차게 이어졌던 펀드 환매로 몸살을 앓은 운용업계는 내년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크게 기대를 걸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금융위기로 겪은 악몽의 기억이 깨끗하게 사라지지 않은 만큼 증시가 반등할때마다 펀드를 빠져나오는 자금들은 여전하다. 펀드로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려면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새로운 유형의 펀드가 선보일때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내년부터 퇴직연금 시장이 본격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장기투자 문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펀드 산업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 당장 자금유입 기대 난망 내년 증시 전망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펀드 환매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시가 반등할때마다 환매에 나서는 경향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해외 펀드도 마찬가지다. 내년 해외 펀드 양도차익 비과세가 사라지면서 세금 부담도 늘어나는 데다 비중이 높은 중국 펀드 역시 반등할때마다 매물이 나오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1700선 이상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 매물이 26조원, 중국 펀드는 H지수 1만4000포인트 이상에서 7조원 가량 몰려 있다"며 "지금처럼 펀드 투자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하다면 지수 상승시 환매 물량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내년초 주식형 펀드 자금흐름이 저조할 것이고 금리인상 기조로 채권관련 펀드에서도 자금이탈이 예상된다"며 "전체 수탁고는 약 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반등할때마다 환매에 나서는 만큼 반대로 조정을 보일때에는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1400선 근처에서 너무 일찍 환매한 투자자들은 오히려 다시 펀드에 들어갈 기회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수현 현대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내년 상반기까지 손바뀜이 진행된 이후 지수 조정시 저점에서 매수하는 스마트 머니의 유입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또 결산시 재투자를 실시하는 펀드가 늘어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잔고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증시가 한단계 레벨업되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줄 경우에도 자금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 양정원 삼성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올해 기관투자자들은 1300선 밑에서 거의 팔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증시가 조정을 보이면 적극 집행할 것"이라며 "개인은 시차를 두고 들어오는 경향이 있어서 주가가 어느정도 올라간다면 펀드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에는 기관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하반기에는 개인들을 중심으로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 이제 질적 성장 할때 전문가들은 2007년 펀드 산업이 양적으로 성장했다면 2010년에는 질적 성장을 이루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운용사는 기존 상품을 리모델링하고 새로운 유형의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투자자들은 예전처럼 좋다고 하면 무조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따져보고 분석해서 골라 투자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 애널리스트는 "작년 펀드에서 손실을 본 앵그리 머니가 주식 직접투자, 채권형 펀드, 은행 예금 등으로 이동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펀드 사후관리 서비스가 앵그리 머니의 이탈을 막고 펀드 시장의 질적 성장을 이루는데 일조한다면 국내 주식혀 펀드는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외 펀드의 경우 환매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투자지역과 섹터별로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 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되는 반면 수익률을 회복한 브릭스펀드나 홍콩 비중이 높은 중국 펀드에서는 유출된 것. 권정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트렌드의 펀드들이 국내 시장에 소개되면서 해외 펀드시장의 라인업 구축이 본격화될 경우 이머징 지역펀드에 과도하게 치우쳤던 해외 펀드가 글로벌 시장을 아우르는 펀드맵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 퇴직연금 시장 꽃피우나 운용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퇴직연금 시장이다. 지난 2005년 도입된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지만, 내년에는 제도적인 변화로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발효로 신설 사업장의 퇴직연금 제도도입이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는 2020년 국내 퇴직연금 시장규모는 약 144조6000억원으로 GDP 대비 약 10.2%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퇴직연금 주식매수 규모는 내년 약 3조5000억원에서 2017년 10조1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부터 이 퇴직연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펀드 산업 자체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권 애널리스트는 "퇴직연금의 자산축적 기간은 20~30년이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이 도입돼 장기투자의 토양이 다져질 것"이라며 "내년을 기점으로 퇴직연금 시장은 점진적 발전 시기로 접어들며 증시의 안정적 지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