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회사 펀드요? 우린 안팔아요" (이데일리)

[이데일리 장순원기자] 수 익성과 성장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A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회사 근처 주거래은행인 B은행을 찾은 유모 씨. 판매원은 A펀드는 취급하지 않는다며 비슷한 종류의 계열 운용사 펀드를 추천했다. 근처 다른 은행에 들렀지만 같은 얘기를 들어야 했다. 그는 A펀드를 사려면 A펀드를 만든 운용사와 같은 계열 은행이나 증권사를 찾아가란 조언을 듣고 은행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은행과 대형 증권사 등 주요 펀드판매사들의 계열운용사 밀어주기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판매채널이 협소해지면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펀드판매사 이동제도 유명무실해질 수 밖에 없다. 또 펀드 판매과정에서 자사펀드 판매비중을 높이기 위해 부당권유 등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걱정도 많다. ▲ 출처:금융투자협회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계열운용사를 갖고 있는 펀드판매사들의 계열운용사 판매비중은 평균 41.49%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견줘 0.8%포인트 낮아진데 그쳤다. 특히 4대 시중은행과 주요 증권사들 8곳의 계열사 판매비중은 오히려 금융위기 이전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7월말에는 계열 운용사 판매비중이 평균 42% 정도였으나 올 7월말에는 45% 가량으로 증가했다.(왼쪽 그래프 참조) 은행가운데서는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 두 회사의 계열운용사 판매 비중이 각각 75.56%, 60.28%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전년동기에 비해 계열사 판매비중이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 출처:금융투자협회 증권사 가운데서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계열운용사 판매비중이 각각 78.49%, 55.74%로 가장 높았다. (오른쪽 그래프 참조) 지난해와 비교해 미래에셋증권은 2%포인트 줄었으나 삼성증권은 반대로 2%포인트 증가했다. 이밖에도 KB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계열사 판매비중은 늘어난 반면 나머지 증권사들은 소폭 감소했다. 일선 창구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펀드를 따로 때어내 집계한 수치에서도 계열사 밀어주기는 확연했다. (아래 그래프 참조) ▲ 출처:금투협 (주식·채권펀드 및 혼합형펀드만 집계) 은행 가운데서 신한은행의 계열운용사 판매비중은 41.09%를 기록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소폭 줄어들었다. 증권사의 경우 계열운용사 주식, 채권형펀드 판매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대부분 낮아졌다. 하나대투증권은 27.8%를 기록 전년동기에 비해 8%포인트 가량 낮아졌으며 삼성증권도 6%포인트 가량 비중이 감소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은행이나 대형 증권사 일수록 다른 금융회사 계열 운용사가 만든 펀드를 잘 들여놓지 않으려 한다"며 "이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재 주식형펀드의 경우 평균 판매처가 3곳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질 높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판매사를 옮기고 싶어도 계열 은행, 증권사를 제외하면 옮길 곳이 없는 실정이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을 두고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는데다 판매경쟁도 없어 판매사 이동제 같은 정책을 아무리 내놓아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계열운용사가 있는 펀드 판매사들도 수익을 생각한다면 자사펀드만을 고집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이나 펀드판매 절차를 위반한 밀어주기가 있다면 당연히 규제 대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