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 펀드로 몰리는 돈..실체는? (이데일리)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최근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반면 채권형 펀드로는 꾸준히 돈이 들어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코스피 지수 1400선 회복으로 환매 욕구가 커지면서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채권형 펀드의 잔액이 늘어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금리인하 사이클은 사실상 종료됐고 `출구전략` 논의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인 만큼 채권에 대한 매력이 높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형 펀드 잔액이 불어나고 있는 것은 은행권에 머물고 있는 단기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자율규제 등으로 머니마켓펀드(MMF)에 넣기도 여의치 않자 단기 채권형 펀드로 눈을 돌린 것. 최근 기업들이 잇달아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확보한 자금도 당장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아 채권형으로 몰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채권형 펀드로 몰리는 자금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 21일 기준으로 36조74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33조원 안팎에 머물던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최근 빠르게 불어나면서 37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지난 1월 140조원을 넘어섰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최근 138조원대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21일 138조8700억원으로 한달 전에 비해 5500억원 가량 줄었다. 장기적으로 수익률 전망만 놓고 보면 채권형 펀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사실상 종료됐고 이제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구상해야 할 때라는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한은과 정부는 아직 유동성을 회수할 단계는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벌써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이는 채권금리가 거의 바닥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채권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최근 몇몇 경기지표 개선으로 낙관론이 한껏 부풀어오른 상황이다. 안전자산인 채권이 여기서 더 이상 각광받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 MMF도 여의치 않고..발 돌리는 은행권 단기 자금 이처럼 채권형 펀드가 늘어난 것은 단기 자금을 운용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한 은행권이 뭉칫돈을 넣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완화로 시중에 돈은 많이 풀렸지만 여전히 은행권에서 단기로 맴돌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이같은 자금을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운용했지만 자산운용사들이 자율협정을 통해 법인 MMF자금 받기를 꺼리는 상황이다. 지난 3월 MMF로 자금이 쏠리면서 126조 이상으로 불어나자 자산운용업계는 3개월간 법인 MMF 자금을 50조원 수준까지 줄여나가기로 협의한 바 있다. 지난 21일 기준 MMF는 121조원으로 줄었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최근 몇몇 은행이 3~6개월 만기로 해서 MMF를 대신할 채권형 상품에 수천억원 단위로 자금을 넣었다"며 "넘쳐나는 단기 유동성의 병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채권형 펀드에 일부 자금을 넣어뒀다"며 "수익률이 높다면 좋겠지만 관리 목적이 크기 때문에 수익률에 개의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 채권형 펀드가 한달 전에 비해 2700억원 가량 감소한 반면 법인들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 채권형 펀드는 한달새 1조3400억원 가량 늘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채권형 펀드에 넣어둔 영향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예비적 동기의 유동성인 만큼 주식형보다는 안정적인 채권형을 통해 단기 운용에 나섰을 수 있다는 것. 한 투신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조달한 자금인 만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채권형에 자금을 넣었을 것"이라며 "예비성 자금이어서 주식형으로 운용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