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레이션과 스탠스를 구분하라(이데일리)

`정부가 그동안 풀어놓은 유동성을 다시 흡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한은이 통안채 발행을 확대하는 가운데 증권대차제도 등 유동성 흡수를 위한 수단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은의 돈 거둬들이기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왜곡된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기술적인 조정은 있을 수 있어도 `통화완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 통화정책 발표문 봐라.."금융완화기조 유지" 한은의 입장은 단호하다. 당분간 통화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 이는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배포한 통화정책발표문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발표문에서 금통위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당분간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최근 통안채 발행을 확대하면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장 정상화를 위한 기술적인 조정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올들어 콜금리는 기준금리를 계속 밑돌고 있다. 1월 한때 50bp 이상 차이나기도 했다. 이 경우 한은은 콜금리 수준에 맞춰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 최근 통안채 발행은 콜금리와 기준금리 차이를 좁히기 위한 공개시장조작의 일환인 셈이다. 한은도 이같은 일상적인 통화량 조절 작업이 통화정책 스탠스 변화로 비춰질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한은의 금융시장국 관계자는 "단지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뿐"이라며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었다고 오해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 "아직 이르다"..경기판단 신중론 물론 시중에 워낙 많은 유동성이 풀려있는 상태라 경기회복기에 닥칠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나온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한은은 "금융불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각종 정책수단을 금융시장 상황이 호전될 때 시장친화적으로 정리하는 방안을 미리 마련해둘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한은 고위 관계자는 "돈을 풀 때부터 어떻게 거둬들여야 하나라는 걱정도 하기 시작했다"며 "그게 중앙은행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거둬들일 시점이라고 보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경기바닥론이 솔솔 나오고 있지만 이것이 앞으로 추세적으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 10일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바닥에서 빠르게 올라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회복은 되지만 매우 느린 회복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고 은행들의 대출도 늘어나는 등 돈이 돌기 시작했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채도 BB급까지는 아직 발행이 어렵고 무엇보다 기업 구조조정이 아직 진행중인 상황이다. 섣불리 통화긴축에 나섰다가 간신히 진정되고 있는 시장을 다시 불안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것.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은행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면서 대출을 늘리라고 해놓고 중앙은행이 (공개시장조작 차원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유동성을 환수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면에서도 맞지 않는다"며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지난 30년대와 90년대에 적절치 않게 긴축정책을 구사했다가 장기간 불황을 겪은 선례가 있는 만큼 이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