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시세에 배 내놓겠나?"..선박펀드 불만 폭발(이데일리)

"중고선 시가 기준을 누가 잡을 것인가. 바닥으로 떨어진 시세에 팔 거면 시장에서 협상하면 되지 누가 선박펀드를 찾아가겠나." 정부가 해운업을 지원하기 위해 선박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조원에 달하는 선박펀드가 갈 곳이 없을 것이란 비판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선박펀드 지원책이 시간만 잡아먹고,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란 무용론이 해운업계에서 팽배하고 있는 것. ◇"선박펀드, 이미 사실상 한차례 실패" 국토해양부와 금융위원회가 추진중인 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정부와 민간자본이 함께 수조원대 선박펀드를 조성해 중고선을 시가에 매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서는 이미 이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가 실패한 전적을 들어 선박펀드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선주협회는 지난 1월 이미 선박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당시 회원사 177개사가 내놓은 매물은 단 10척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시세가 바닥권이라 배를 팔 업체가 드물 것"이라며 "배를 팔아봐야 대출금 갚을 돈도 안되는데 해운사들이 나서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논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해운업 지원하겠다는 공적 펀드가 해운사 상대로 장사하겠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업계 7위 삼선로직스가 무너지고 대형 선사 누구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껏해야 중견 해운사 선박 100척 정도 살 수 있는 지원책으론 어림없다"고 평가했다. ◇선박금융 전면 중단...`해빙`이 회생 열쇠 해운업계는 배를 몇 푼 주고 사는 것보다 금융권에서 전면 중단한 선박금융이 다시 돌아가도록 기름칠하는 것이 진정한 지원책이라고 지적했다. 한 중견 해운사 고위 경영진은 "배값이 급락하면서 선박금융이 전면 중단됐다"며 "아파트 값이 급락했다고 은행이 부동산 대출을 안해주는 그런 상황이 해운업계에서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해운사 관계자는 "중견 해운사들이 국내 중견 조선소에 발주한 선박 물량이 적지 않다"며 "해운사들이 중도금을 못 낼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건조 중인 선박에 유동성을 지원하지 않으면 은행과 조선업체들도 같이 위기에 몰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부 중견 해운사들은 선박펀드에 큰 기대를 접고 있는 실정"이라며 "선박 주문을 취소하고 법정 소송 당할 각오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송이 2년 간다면 적어도 2년은 버틸 수 있단 생각이라는 것. 최근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던 파크로드에 선박 건조대금 50%를 대출해 준 금융사는 담보 선박을 직접 팔러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선사에 지불해야 할 건조 대금의 반값에도 팔지 못해 부실대출을 그대로 떠안을 상황에 처했고, 조선사는 조선사대로 수주 취소 불안에 떨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급과잉인 중고선은 시장원리에 따라 정리되도록 두고, 조선업계와 금융권이 같이 물린 신조선박 문제해결을 위해 신규대출이나 만기연장 같은 금융 지원이 더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