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진주펀드)①투자 안하면 안전하다? (이데일리)

증권업계에 30년이 넘게 몸담으며 지금까지 1600회 이상의 투자강연으로 `투자전도사`로 유명한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소장은 요즘도 월급의 40% 이상을 주식형펀드에 넣고 있다. 그는 전국 곳곳의 투자강연을 다니며 `주식형펀드와 같은 공격적인 상품에 대한 투자비중을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숫자만큼 가져가는 게 좋다`는 투자비법을 강조한다. 강 소장의 나이가 60대. 그동안 금융자산의 40%를 주식형펀드에 투자해 왔다. 하지만 요즘은 투자비중을 기존보다 10%포인트 가량 더 늘렸다. 최근 주식시장이 하락한 것을 감안해 50%로 주식형펀드 투자비중을 늘린 것이다. 강 소장은 "지금이 바닥이라고 여겨 주식형펀드 비중을 늘린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 사서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지금 주식형펀드 비중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시장이 올랐을 때 보유하고 있지 않은 위험도 있기 때문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주식시장 조정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불안감이 커진 펀드투자자들이 주식형펀드 등 공격형 상품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정체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 불투명한 증시, 주식형펀드 자금유입 줄고 안전자산 선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말 140조원대를 기록했던 전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12일 기준으로 138조5300억원을 기록하며 자금유입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중자금이 주식형펀드로 유입되지 않는 것은 국내외 증시조정이 지속되면서 올해 들어서도 수익률 개선 조짐없이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설정액과 운용수익을 합한 국내 주식형펀드 순자산액은 작년말 83조9430억원에서 지난 12일 81조9390억원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목돈마련 수단이면서 증시수급의 든든히 하지만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적립식펀드의 인기도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지난 1월말 적립식펀드 판매잔액은 전월보다 4820억원이 늘어난 77조600억원으로 21개월 연속 증가했다. 그러나 한달전 유입된 5805억원에 비해 증가금액은 1000억원가량 줄었다. 특히 적립식펀드 계좌수는 전월보다 18만7000개가 감소한 1412만 계좌를 기록하며, 작년 6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했다. 주식형펀드의 외형적인 전체 수탁고는 연초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주식형펀드가 순현금흐름에서 양호한 수급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코스피지수가 1100포인트를 하회하는 구간에서 저가매수 자금이 유입되고, 적립식펀드도 아직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대규모 투자자 이탈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은 여전해 시중자금은 일시적인 투자처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MMF 설정액은 작년말 88조9030억원에서 현재 124조2460억원을 급증했고, 증권사 전체 CMA 판매계좌는 전년말 대비 4.42% 증가한 830만6411계좌이며, 잔고는 16.8% 늘어난 35조8927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시중금리가 내려가면서 CMA 금리도 1%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수시입출금식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금리를 2.25%로 낮췄고, 운용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변동하는 MMW형의 경우도 연 2.35%로 내렸다. 동양종금증권과 삼성증권 등도 CMA 금리가 연 2~3%대 수준이다. 이같은 CMA 금리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며, 앞으로 시중금리가 더 내려갈 경우 CMA에 돈을 넣어두는 원금보존 매력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 박스권장세..국내주식형 연초이후 20% 성과 올린 펀드도 있어 단기 대기성 자금의 수익률이 사실상 마이너스로 진입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주식형펀드로 쉽사리 마음을 돌리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설사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아직까지 증시전망에 대한 대한 믿음이 없어 공격형 상품에 투자를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올들어 코스피지수가 1000~1200선의 박승권 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수익을 거둔 주식형펀드 상품이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이 과거에도 등락을 거듭해 왔다는 점을 감안해 현명한 투자자라면 시장분위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시장의 흐름을 잘 살펴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략을 세워 대응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펀드 중에선 `하나UBS IT코리아주식`와 `우리CS부울경우량기업플러스주식투자` 펀드는 연초이후 24%대의 수익률로 선두를 나타내고 있다.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과 `미래에셋3억만들기중소형주식`펀드도 같은기간 9~12%대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박스권 조정장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해외 주식형펀드 중에선 `PCA 차이나드레곤 A 쉐어`펀드가 26%의 수익률로 1위를 나타내고 있고,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주식형자`펀드도 21%대의 고수익을 시현하는 모습이다. 이수진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는 "연초이후 국내 주식형펀드는 반도체 및 정보기술(IT), 녹색성장 테마에 힘입은 중소형주의 활약으로 관련 펀드들이 우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 애널리스트는 "해외펀드는 중국정부의 경기부양책 기대감 효과로 중국본토 증시의 선전이 돋보였다"면서 "각국 경기부양책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 기대감으로 브라질 및 원자재 관련 펀드 역시 두각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 불황극복 시간의 문제..장기 분산투자로 반등기 대비해야 지난해 시작된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앞날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워낙 불황의 정도가 크기 때문에 위험회피 성향이 커져 투자를 권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그러나 위기상황은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은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되새길 필요는 있다는 조언도 많다. 강창희 소장은 "내가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 부진이 펀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전반적인 시황탓인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펀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금융자산 중에서 투자비중 여부를 점검한 후 비중이 높지 않고, 빌린 돈이 아니라면 기다리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밝혔다. 강 소장은 "시장이 언제 회복될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면서 "따라서 시간과 종목에 나눠 장기 분산투자에 나서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은 "불확실하다고 해서 위험이 없거나 적은 확실한 대상에 자금을 넣어두는 것은 결과적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로 기대할 수 있는 큰 수익을 적극적으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강 부사장은 "분명 이번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해 극복할 때까지 시간소요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투자라고 하는 것이 인내와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불황기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