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찌든 사모펀드 "아, 옛날이여"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 블랙스톤 그룹 등 불과 2년 전만해도 시장을 주름잡았던 대형 사모펀드들이 전세계로 퍼진 금융위기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란 최적의 조합은 온데간데 없고, 신용 시장은 경색되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먹잇감`을 찾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기존의 차입매수(LBO)에 따른 부담만 막대하다. 큰 곳이 이런 정도니 규모가 작은 사모펀드라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일 수도 있다. ◇ 고전한 KKR의 두 펀드 2일(현지시간) KKR의 유럽 계열사(사모펀드) KKR 프라이빗 에쿼티 인베스터스(KPE)는 지난해 4분기 자산이 32% 급감했다고 밝혔다. 유럽 반도체 업체 NXP 투자로 인한 상각이 이 가운데 80%나 차지했고, GMAC의 상업용 부동산 사업부였던 캡마크 파이낸셜 그룹에 대한 투자 가치는 88%나 급감해 이 같은 손실을 안겨주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지난해 KPE 주가는 85%나 미끄러졌고, 현재 유로넥스트 암스텔담 증시에서 2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2일 주가는 9% 하락한 2.05달러였다. 헨리 크래비스 KKR 공동 창업자는 "글로벌 거시경제적 조건과 시가평가(Mark to Market)드을 고려해서 상각 규모가 엄청났다"며 "경제가 안정이 되면 투자한 포트폴리오가 수익을 낼 것으로 강하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 헨리 크라비스 KKR 공동 창업자 KKR을 포함해 사모펀드들이 행한 차입매수(LBO)에서 파생되는 대출 채권을 사들이는 역할을 해 온 펀드 KKR 파이낸셜 홀딩스(KFH)도 지난해 4분기 12억달러를 날렸다고 밝혔다. KFH는 사모펀드 붐이 일던 시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대출 채권을 사들였다. LBO는 통상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기반으로 대출을 일으키기 때문. 그러나 미디어 그룹 트리뷴, 그리고 라이온델 케미칼 두 건의 바이아웃으로 인해 손실을 입었다. 또한 무디스에 따르면 최근 파산에서 레버리지론의 회복률이 25%도 안되고 있어 앞길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이 회복률은 80%에 달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는 KFH 주가는 2일 30%나 떨어졌다. 당초 KKR은 KPE를 인수한 뒤 올해말 주식회사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나 이를 연기했다.관련기사 ☞KKR, 상장 계획 또 연기.."올해 못한다" ◇ 블랙스톤, 4분기 손실 4.2억弗..주가는 곤두박질 사정은 블랙스톤이라고 다르지 않다. 블랙스톤은 지난해 4분기 4억1520만달러, 연간 11억6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 달 27일 발표했다. 4분기에만 보유 주식 가치가 20%, 부동산 가치가 30% 급감했다. ▲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CEO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CEO는 "힐튼호텔과 반도체 업체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 케이블 네트워크 웨더 채널 등 보유하고 있는 자산들의 가치가 곧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채가 많은 이들 기업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환점을 맞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블랙스톤 역시 다른 월가 은행들처럼 현금 확보를 위해 주당 30센트씩 지급해 왔던 분기 배당금 지급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주당 1.20달러의 배당금 지급을 계획하고는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랙스톤이 계속해서 자금 조달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가 현재 가장 큰 의구심이 제기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200억달러로 결성할 계획이었던 한 펀드 규모는 150억달러로 줄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100억달러도 못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블랙스톤에 있어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투자은행 사업부문이다. 구조조정 자문을 하고 있는 이 부문은 제너럴모터스(GM)와 우크라이나 정부 등에 자문을 해 주면서 지난해 매출이 80%나 급증했다. 블랙스톤은 또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에도 자문을 해주고 있다. 이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자문 사업부 역시 매출이 17% 증가했다. 블랙스톤 주가는 기업을 공개한 지난 2007년 6월 이후 88% 급락했다. 2일 뉴욕 증시에선 2.05% 빠진 4.77달러를 기록했다. 기업공개(IPO)때만 해도 `주식회사 블랙스톤`에 대한 관심은 막대했지만, 지금 남은 것은 더 큰 실망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