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부펀드, `금융회사`에서 에너지로 투자방향 틀어 (이데일리)

[이데일리 양이랑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손` 중 하나인 중국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가 최근 투자 방향키를 틀어 관심을 사고 있다. 설립된 지 1년 반 가량 된 CIC는 초기 미국 대형 금융회사에 자금을 쏟아부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진행되면서 이같은 야심찬 투자는 `실패한 투자`라는 오명을 쓰게됐다. 이에 따라 최근 CIC는 투자 대상을 그동안 집착해 온 서구 금융회사에서 글로벌 에너지, 원자재 기업 등으로 바꾸고 있다. 국내 기업까지 가세하며 투자 열기는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2000억달러의 돈주머니를 꿰차고 있는 CIC에 글로벌 경기후퇴는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각국에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국부펀드에 대한 경계 태세가 누그러진 것도 호재다. ◇ 금융회사 투자 줄줄이 실패 CIC는 설립 초 미국 투자은행인 모간스탠리에 50억달러,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 투입하며 미국 월가에서 이름을 드높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쓰나미속에서 이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칠치며 쓴맛을 보게 된다. 지난해 투자했던 사모투자회사 JC플라워는 독일 2위 상업 모기지업체 하이포리얼이스테이트로 큰 손실을 입으면서 CIC는 다시 타격을 입는다. 또 미국 MMF인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에 54억달러를 투자했으나, 이 펀드가 지난해 환매를 동결, 투자 손실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 펀드는 사라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기업어음(CP)과 중장기 채권을 갖고 있다. 서구 금융회사 투자가 번번히 실패하자 러우지웨이 CIC 회장은 지난 1월 홍콩에서 개최된 한 포럼에서 "현재 위기 상황을 고려, 해외의 어떤 금융회사에도 투자하기 않겠다"고 공언하기까지 이르렀다. ◇ 최근 에너지 회사 투자 관심 출범 때 부터 유달리 금융회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온 CIC는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애착의 끈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23일(현지시간) 차이나데일리는 CIC가 금융회사 투자 실패 뒤 조심스러운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서구 금융회사의 가치가 급락해 `저가 매수` 기회가 제공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CIC는 최근 현금이 부족한 에너지, 원자재, 하이테크 제조업체에 부쩍 관심을 갖고 있다. CIC는 지난주 호주 3위 철광석업체 포트스쿠메탈그룹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기업들의 최근 투자 행보와도 궤를 같이한다. 국영 알루미늄공사 치날코는 세계 3위 광산업체인 호주 리오틴토에 19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중국 최대 금속 무역업체인 민메탈은 세계 2위의 아연 광산사인 오즈 미네랄을 1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또 CIC는 AIG의 항공기 리스 부문인 인터내셔널리스파이낸스(ILF)의 인수 협상도 벌이고 있다. 이 인수 협상과 관련 두바이 국부펀드 자회사인 이스티스마르 월드, 쿠웨이트의 국부펀드 쿠웨이트투자청(KIA)을 비롯해 사모펀드 크래비스 로버츠, TPG 캐피털, 칼라일 그룹 등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 글로벌 경기후퇴, CIC에 `기회` 글로벌 경기후퇴로 전세계 도처에서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이 늘어난 것은 현금을 쥐고 있는 CIC에 또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인민대학교의 양뤼롱 경제학부 학장은 "국부펀드는 여러가지 정치적 이유로 해외 특정 부문에 투자하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글로벌 경기후퇴 영향으로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늘면서 투자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CIC의 투자 방향 전환은 현 시점에서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콩 소재 뉴엣지 그룹의 커비 달레이 선임 스트래티지스트는 "금융위기 중 국부펀드의 금융회사 투자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CIC의 변화는 놀랄만한 것이 아니며, 투자 다변화를 떠나 지정학적 견지에서 CIC의 이번 자원 부문 투자는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홍콩 소재 JP모간의 징 울리히 회장은 "CIC는 분명 현 시점에서 해외 금융회사 투자를 주저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투자 대상에 대해 선별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실한 장기 수익을 기대하며 투자 다변화에 나선 것은 CIC 뿐만이 아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도 전(前) BHP빌리튼 최고경영자(CEO)인 칩 굿이어를 수장으로 영입, 앞으로 자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보도했다. ◇ 국내 투자도 열심 CIC는 국내 기업 투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CIC는 중국 국내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는 씨틱캐피털홀딩스의 지분을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CIC의 투자 자회사인 중앙후이진공사의 은행주 매입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부터 후이진공사는 중국은행, 건설은행, 공상은행 등의 주식을 대량 매입, 중국 증시 회복에 기여했다. 러우 회장은 지난달 중순 "CIC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UBS,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등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주를 매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 3대 은행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울리히 회장은 "CIC는 (증시 급락으로) 국내 주식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돋보이게 됨에 따라 국내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것"이라며 "기업 실적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지난 몇달 동안 증시가 안정되는 등 경제 회복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인력 재정비 CIC는 투자 실패를 교훈삼아 전문가 팀을 다시 꾸렸다. 지난해 CIC는 해외 직접 투자, 부동산 투자, 사모투자 등을 관장하는 대안투자 부서의 수장을 교체했다. 대안투자 책임자에 저우위안 UBS 중국의 전직 CEO가 선임됐다. 국제 경험을 가진 30명의 금융 전문가도 채용, 국제 무대에서 경력을 쌓은 인력은 전체의 절반에 이르게 됐다. 또 CIC는 포트폴리오의 효과적인 운용을 위해 자산 할당 및 리서치 부문을 신설, 향후 변화가 예상된다. CIC는 초기 공격적인 해외 투자 전략 목표를 세웠었다. 운용 자산의 15%를 채권에, 35~40%를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사모펀드 등을 통해 해외에 투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인해 해외투자 비율은 조정될 전망이다. CIC 관계자는 "해외 투자 비율을 조절하고 잇으며, 여러 방면에서 비율을 할당하는 데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