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수익자 총회, 무용지물?(이데일리)

정족수 미달로 불발 일쑤 `투자자 권리행사 못해` 소액주주 많고 회의장소 운용사 본점 제한도 불편 전문가 "인터넷 의결권·감독이사 제도등 도입필요" 입력 : 2009.01.16 07:20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외 기업들이 부도를 내면서 펀드가 정상적인 환매를 해줄 수 없게 되는 등 문제발생으로 인해 펀드 수익자총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하지만, 수익자 즉 펀드 투자자들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마련되는 수익자 총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자산운용협회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작년 10월 이후 열린 펀드의 수익자 총회 대부분이 정족수 미달 등의 사유로 연기 총회를 연 것으로 나타났다. ◇ 소액주주만의 모임 작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의 파격으로 큰 손실과 함께 환매가 중단된 우리CS자산운용의 파생상품펀드는 세간의 주목과 달리 정작 수익자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1차 소집이 불발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알파에셋 위너스채권형`과 `플러스 탑시드채권혼합, `골든브릿지 특별자산`, `아이 러브평생직장채권, `아이 절세미인고수익고위험채권혼합`, `삼성 2Star2Y파생상품`, `도이치 코리아채권` 등 펀드들이 모두 최소 기준(발행 수익증권 총수의 절반) 미달로 1차 소집에서 불발됐다. 펀드 수익자총회는 주식회사의 주주총회와 유사한 개념이다. 2003년 10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제정되면서 수익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것으로 수익자가 소집하는 경우도 있고 자산운용사가 소집하는 경우도 있다. 뮤추얼펀드, 즉 회사형 펀드의 경우 `주주총회`를 열지만 계약형 펀드의 경우 `수익자 총회`를 열게된다. 수익증권 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을 보유한 수익자가 소집을 요청하는 경우 자산운용사의 본점소재지나 인접한 지역에서 총회 소집을 해야한다. 자산운용사 등이 신탁보수나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수탁회사를 변경, 투자신탁계약기간 변경, 투자신탁종류 변경, 자산운용사의 영업양도, 환매금지시 등의 경우 수익자총회를 열도록 돼있다. 이때 직접 참석하거나 서면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대리인이 참석한 수익증권 총 좌수가 발행 수익증권 총수의 절반을 넘으면 해당 펀드의 결의안에 대해 표결에 부친다. 이때 정족수에 미달하는 경우 2주 이내로 연기 수익자총회를 열고, 이때는 참석 좌수에 상관없이 표결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펀드 수익자총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은 펀드 자체의 고유한 특성이 한몫한다고 지적한다. 주식회사는 과점주주가 반드시 존재하지만 펀드는 그 특성상 소액주주로만 구성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과 관련돼 관심을 크게 모았던 우리CS자산운용의 `우리2star 파생상품투자신탁 KW-8`의 경우 280억원 규모에 수익자가 1000여명에 달했다. 가장 큰 액수를 투자한 수익자라 하더라도 그 지분율은 주주총회의 주요주주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 수익자 총회는 왜 꼭 서울에서? 수익자총회 장소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간투법에서는 수익자총회 개최 장소를 `자산운용사 본점 소재지나 인근 지역`으로 정하고 있다. 최근 A 지방은행에서 집중 판매된 펀드가 수익자 총회를 열면서 수익자들의 불만이 높았던 것도 이 이유다. 지방은행 고객들이 자산운용사가 소재하는 서울로 와야만 총회 참석이 가능한 셈이다. 이는 물론 자산운용사가 수익자들의 참석을 저조하게 하도록 수익자 총회 장소를 정하는 등 악용의 소지를 방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펀드 판매사의 범위가 더욱 넓어지게 되는 만큼 이 조항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는 "현장에 가지 않고도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서면 의결권`을 `인터넷 의결권`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전무는 "자산운용사는 수익자의 정보를 알 수 없는 만큼 판매 은행이나 증권사가 자사의 계좌를 가진 고객들의 의결권을 모아서 대리 행사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뮤추얼펀드의 경우 감독이사(미국의 경우 독립이사)를 둬 이 감독이사가 운용성과를 감독하는 등의 권리를 갖는다. 최 전무는 이같은 회사형 펀드의 감독이사 제도를 변형해 계약형 펀드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 전무는 "감독이사를 둔다면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구성하는 것부터 수익자보호까지 감독기구를 갖는 셈"이라며 "회사형 펀드의 주주총회를 변경한 수익자 총회를 만들면서 감독이사 제도를 변경해 계약형 펀드에 도입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그는 "수익자 총회 개념이 도입한지 5년이 지난 지금 사실상 `절름발이` 제도나 다름없는 수익자 총회의 의미와 필요성 등을 재점검하고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yola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