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규제 강화`로 가닥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헤지펀드 도입을 위한 규제 완화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2007년 상반기부터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당초 의도와는 달리 `보다 강력한 규제와 최소한의 도입`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헤지펀드 도입 법률안은 최근 수정을 거치면서 파생상품 투자 범위를 제한하는 새로운 근거를 포함시켰고, 레버리지와 공매도 역시 다른 금융 선진국에 비해 훨씬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 `차입·투자 규제 과감한 완화`→`제한근거 신설` 선회 지난 2007년 5월 권오규 당시 경제부총리는 유로머니 주최로 열린 `한국 자본시장 콩그레스` 기조연설에서 "자산운용업시장의 기반이 공고해지면 헤지펀드의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도입 검토를 처음 공식화한 발언이었다. 6개월 뒤인 11월20일. 한국증권연구원은 재정경제부 후원으로 결성된 태스크포스(TF)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 3단계에 걸친 헤지펀드 도입 로드맵을 공개했다. 골자는 1차적으로 내년부터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연기금 등 전문성을 갖춘 기관투자가(적격투자자)에게만 헤지펀드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것. 사전 등록 없이 사후 보고만으로 펀드 설정이 가능케 만들었다. 사후 보고 내용도 최소화해 부담을 줄였다. 기존의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의 이러한 헤지펀드 도입안은 지난해 8월19일 `자본시장 통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입법 예고됐다(위쪽 표). 그런데 입법예고 이후 금융위원회와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헤지펀드 규제에 대한 법률안 내용은 중요한 수정 작업을 거치게 된다. 지난해 11월10일 차관회의 통과에 앞서 `금전차입 규제 완화, 파생상품 투자한도 배제` 내용이 `금전차입, 채무보증 및 담보제공 범위 등에 대해 시행령에서 별도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다`로 바뀐 것이다(오른쪽 표). 금융위는 "입법 예고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등을 반영해 당초 폐지키로 했던 사안들에 대해서도 시행령에서 제한할 수 있도록 근거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불과 2개월여 만에 헤지펀드 도입 윤곽이 크게 수정되면서 향후 시행령에 포함될 구체적인 규제 방향을 예측하기도 매우 힘들어진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시행령의 방향성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법률개정안이 정기국회에서 승인돼야 하고, 시행령 마련 작업은 올해 말까지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 레버리지, 숏 어디까지 허용? 헤지펀드의 핵심 투자전략인 `레버리지(leverage)`와 `공매도(short selling)`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규제 완화는 현재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다. 둘 다 금융시장의 일대 혼란을 야기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분위기 탓이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2월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굳이 위험한 헤지펀드를 지금 도입하려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지금 우리가 도입하려는 헤지펀드는 국내 사모펀드를 조금 완화한 수준"이라며 "해외에 있는 헤지펀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ratio(비율)를 시행령으로 200~400% 수준에서 규제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가 많게는 30~40배에 이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상당히 제한된 폭의 레버리지 허용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해 5월28일에 열린 `헤지펀드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도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인한 과거 헤지펀드의 실패담을 (국내 도입시) 교훈으로 삼겠다"며 적정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공매도에 대한 규제는 최근 세계 금융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증시폭락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각국에서 잇따라 금지 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부터 `공매도의 한시적 전면 금지`에 돌입했다. 따라서 올해 헤지펀드 도입과 더불어 공매도 활용이 가능할지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미 금융위는 자통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시장 안정을 위한 공매도 제한 근거`를 마련, 지난 12월26일 입법 예고한 상태다(위쪽 표). 김기한 금융위 사무관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헤지펀드 컨퍼런스에서 "헤지펀드의 재량권을 위해서는 (공매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공매도 허용은 시장 상황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 세금은 어떻게 매기나 헤지펀드에 대한 별도의 세제 혜택은 현재 추진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아시아의 다른 경쟁 국가들처럼 헤지펀드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헤지펀드 도입 TF를 이끌었던 노희진 증권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자들을 규율하는 방식으로 헤지펀드가 도입되기 때문에, 세제는 다른 펀드와 똑같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