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가 온다)(23)한국시장 언제 문 여나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전세계 헤지펀드의 3분의 1이 폐쇄되거나 합병될 것이라는 흉흉한 예측이 나오는 등 헤지펀드 수난시대가 도래했지만, 한편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한국과 같은 신규시장 진출에 기대를 거는 펀드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세계 최대 펀드 오브 헤지펀드인 맨 그룹을 비롯해 퍼멀 그룹, 윈튼캐피탈, 사리스 등 이데일리가 만난 헤지펀드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내 사무소 설립이나 국내 금융사와의 제휴 등 한국 진출 의사를 피력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싱가포르 등에서 헤지펀드 전략이나 조직운용기법을 습득하며 한국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사전 예행연습이 한창이다. 하지만 헤지펀드가 본격 도입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지만 헤지펀드 도입을 위한 법률적 근거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 아직은 걸음마..레버리지 등 허용범위 `촉각` 헤지펀드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가 없듯 자통법에도 `헤지펀드란 무엇이다`라는 식의 구체적인 규정은 담겨있지 않다. 현재 정부는 `적격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집합투자기구`라는 조항(249조의2)을 신설해 헤지펀드 도입의 물꼬를 튼다는 방침이지만,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등을 감안하면 오는 2월 자통법 시행과 함께 헤지펀드가 도입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적격투자자 대상 헤지펀드는 정부가 계획한 헤지펀드 도입을 위한 1단계 조치로, 주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만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후 50인 미만 소수투자자 대상의 헤지펀드를 허용하는 등 헤지펀드 도입을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인데, 지금은 1단계 조치도 언제 실시될지 모를 불확실한 상태다. 적어도 국회에서 자통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시행령도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시행령 마련 등의 절차가 필요해 자통법 시행과 동시에 헤지펀드가 허용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내 도입할 계획이지만, 시기가 언제인 지를 못박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관심사항은 레버리지와 공매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여부다. 정부는 레버리지 비율을 200~400% 정도로 제한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레버리지가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어 실제 레버리지 허용범위가 어디까지 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공매도의 경우 정부는 자통법 시행령에 `증권선물거래소의 업무규정에 위임한다`는 규정을 두기로 했다.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의미가 있지만, 자의적인 규제가 이뤄질 경우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국내 증권사 포문 여나.."문턱 더 낮춰야" 지적도 현재까지 국내 진입을 타진하는 헤지펀드들은 적극적으로 진출의사를 표명하기보다는 규제수위를 보고 진입시기를 저울질하겠다는 `정중동(靜中動)`의 움직임이 많다. 따라서 포문을 여는 쪽은 외국계 헤지펀드보다는 시장선점을 노리는 국내 증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미 한국금융지주와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등은 국내 역진출 등을 고려해 싱가포르에 헤지펀드 운용회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노희진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뮤추얼펀드의 경우 미래에셋이 높은 수익률을 내니까 돈이 몰리며 활성화됐다"며 "헤지펀드도 마찬가지로 시장 선점을 노리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투자자를 모으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우 한국내 사무소를 직접 설립하는 것보다 국내 금융회사와 제휴를 통한 진출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헤지펀드와 접촉하는 금융권 관계자는 "언어장벽과 세금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고도 남을 충분한 규제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 전에는 몇몇 관심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회사와 제휴하는 움직임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헤지펀드 설립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자산운용사만 헤지펀드 운용이 가능한 지금의 자통법으로는 다양한 헤지펀드의 출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헤지펀드를 해보겠다는 곳 가운데 상당수가 중소형 자문사인데, 자통법은 자문사의 진입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문턱을 낮추지 않고선 헤지펀드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