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가 온다)(16)퍼멀 "韓시장 4년내 본궤도 오를 것" (이데일리)

[런던=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세계 3위 펀드 오프 헤지펀드(FOHF) 퍼멀 그룹과의 인터뷰는 지난 8일 런던 세인트제임스 스퀘어에 위치한 퍼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서비스 본사에서 이뤄졌다. 인터뷰 이후 터진 메이도프 금융사기 사건과 관련한 문답은 이메일로 이뤄졌다. 1973년 설림된 퍼멀 그룹은 현재 전세계 8개 도시에 지점을 두고, 360억달러의 관리자산(AUM)을 운용하고 있다. ◇ 헤지펀드 생존위기?.."중소형 펀드에 국한된 얘기" ▲ 오마 코디마니 런던 대표 상황이 상황인 만큼 화제는 `헤지펀드 업계의 생존 위기`에 맞춰졌다. 퍼멀 그룹의 전세계 투자 및 자산 모집 활동을 총괄하는 오마 코디마니(Omar Kodmani) 런던 대표는 "절대 다수의 헤지펀드들은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고 문을 닫은 펀드는 상대적으로 얼마 안돼지 않으냐"고 반문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변동성과 공포(panic)의 측면에서 확실히 최근의 상황은 전례가 없는 것이긴 하죠. 앞으로 수개월 동안 더욱 많은 헤지펀드들이 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문을 닫을 펀드의 상당수는 규모가 작고 자금력이 부족한, 다시 말해 여러분이 한번도 들어본 적조차 없는 헤지펀드들에 국한될 겁니다. 실제 지금까지 문을 닫은 헤지펀드들은 대부분 유동성이 경색된 상황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군소 펀드들이었어요."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대형 헤지펀드들에 있어서도 결코 녹록치 않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국 금융당국이 숏셀링을 금지 또는 요건을 강화하거나 레버리지 비율을 제한하는 식으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숏셀링과 레버리지는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금융당국의 의지도 헤지펀드들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도 코디마니 대표의 `우량 대마 펀드 불사론`은 확고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규제강화에 영향을 받는 대상(a matter of watching the space) 아닐까요. 자금력이 확고한 대형 펀드들은 이러한 변화에 잘 대처할 것으로 봅니다. 투명성 강화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업계에 도움이 될 거에요." 코디마니 대표는 규제강화의 양상에 대해 "과도한 레버리지 제한과 보고의무 강화, 모델에 의한 순자산가치(NAV) 산정 제약이 핵심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익거래(arbitrage) 전략을 추구하는 펀드(차익거래 전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 비율은 통상 20~30배에 이른다)와 같이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존하는 헤지펀드와 후선 조직(back office)를 갖추기 어려워 프라임 브로커(헤지펀드 제반 업무를 지원하는 업무. 그동안 투자은행의 주요 수익원이었다)에 의존적이던 중소형 펀드, 복잡한 모델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유동성이 떨어지는 전략을 좇는 펀드들은 생존이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에는 코디마니 대표도 적극 동의했다. "헤지펀드의 인기에 편승해 최근 헤지펀드 전략을 흉내내는 뮤추얼 펀드가 등장하고 헤지펀드 지수를 복제한 상품도 나오는데요, 이러한 유사 펀드들이 최근 금융위기에 자멸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따라서 알파(시장 움직임에 따른 고정적인 수익이 아닌 펀드 매니저의 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수익)를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줄어듦에 따라 대형 FOHF들은 더욱 융성할(thrive) 기회를 얻게 될 겁니다." 특히 경기후퇴기(recessionary environment)에는 투자자들이 더욱 전통적인 자산군(群)보다 변동성은 낮고 수익률은 높은 FOHF를 찾게 될 것이라는게 코디마니 대표의 예상이었다. ◇ "퍼멀은 메이도프 펀드에 15년간 부정적 시각 유지" 메이도프 금융사기 사건 이후 FOHF도 타격을 받고 있다. FOHF에 투자하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함인데 이번 사건에 일부 FOHF들이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퍼멀은 메이도프 금융사기 사건 이후 가치가 더욱 상승했다. "메이도프 사기 사건은 FOHF 간 차별성을 보여준 사례입니다.메이도프 사기 사건으로 손실을 본 일부 FOHF들이 비난을 받고 있지만 퍼멀 그룹은 지난 15년 이상 메이도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해왔습니다." 퍼멀 그룹이 메이도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한 근거는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결여돼 있었으니까요. 메이도프가 이끈 운용사는 먼저 업무의 분할이 불분명했습니다. 운용사가 거래를 지시해 거래를 체결하고 자산을 관리하기도 했지요. 운용사의 주요 보직이 모두 가족들로 구성돼 있는 점, 소형 회계법인이 감사를 맡고 있는 점도 문제였어요. 무엇보다 이 운용사가 내세운 투자전략으로 견조한 수익을 오랫동안 내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었지요." ◇ "원자재價 상승에 베팅한 쪽은 IB..헤지펀드는 시장 주도 못해" 화재를 `헤지펀드가 이번 금융위기 확산의 주범인가`로 돌렸다. ▲ 퍼멀그룹 런던 본사 리셉션 전경 "가장 가능성 있는 주범은 헤지펀드가 아니라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입니다. 헤지펀드가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기 때문에 미칠 수 있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베팅한 선물 트레이더들의 대부분은 헤지펀드들이라기보다는 투자은행의 트레이더들이었습니다." 코디마니 대표의 말대로 헤지펀드가 전세계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훨씬 크다. "무엇보다 헤지펀드가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시장이 결국 다수의 헤지펀드가 예측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역사적으로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시장의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지요. 닷컴버블 기간 중 많은 헤지펀드가 (버블 붕괴를 예상하고) 닷컴기업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취했지만 버블이 예상보다 오래 진행되어 거의 모든 펀드들이 손실을 본 사례도 있잖아요. 결국 버블이 터지긴 했지만요." 이해부족이 헤지펀드에 대한 편견을 낳고 있다면 왜 대다수 헤지펀드들은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적이지 않을까. 코디마니 대표는 헤지펀드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헤지펀드의 속성상 대중 앞에 나서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또한 영국의 경우 헤지펀드의 마케팅을 금지하는 법령이 있어서 홍보를 하기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실제 얼마 전 한 헤지펀드는 지난 몇 년간의 수익률 등의 활동을 공개했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마케팅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 "韓 헤지펀드 시장 3~4년내 본궤도 오를 것..적극 진출" 퍼멀 그룹은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코디마니 대표는 "한국에서 생기는 헤지펀드사를 언더라잉 펀드(투자 대상)로 편입하는 것과 한국에 직접 진출해 투자자(LP. 유한책임사원)를 모집하는 양쪽 방식을 다 고려하고 있다"며 ""한국에 설립될 헤지펀드사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고 있으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헤지펀드 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펼쳤다. "역사적으로 볼 때 헤지펀드 시장이 정착되는 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시간이 걸립니다. 퍼멀 그룹의 경우 한국의 헤지펀드 시장이 3~4년 내에 본 궤도에 오를 것(will be on track)으로 봅니다. 헤지펀드에 대한 한국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규모(exposure)가 매우 낮은 수준임을 고려해 볼 때 한국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시장의 장단점을 평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코디마니 대표는 유동성이 풍부한 주식시장과 금융 인적자원, 비교적 큰 기관투자가 비중을 한국 시장의 장점으로 꼽았다. "단점은 개인이나 기관이 자산운용사를 통하기보다 직접 자산운용을 하려는 성향이 높다는 점입니다. 개인들의 파생상품 투자 규모가 과도하다는 점도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