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조원의 수업료 (Edaily)

지난 28일에는 우리CS자산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 삼성투신운용 등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관련해 펀드 환매연기 신청을 한 자산운용사들의 수익자 총회가 열렸습니다. 간접투자자산운용법(간투법)에 근거에 환매연기 신청 후 6주내에 수익자 총회를 열고, 정족수 과반수가 참석하면 여기서 의장을 선출해 환매 연기 찬반 등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간투법에서 정하는 회의 진행은 현실에선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성적으로 의장을 선출하고 표결을 진행하기에는 투자자들은 이미 너무나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사태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 강단에 선 자산운용사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 폭력을 가하려는 시도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자식인 나도 모르게 노후자금 1억원을 투자하셨다가 이렇게 됐다는걸 이제서야 알고 회의에 대신 참석했다`, `남편 모르게 보유한 현금을 몽땅 투자했다. 잘해보려 한 일인데 이제 난 남편에게 뭐라 해야하나` 등등 각자의 억울한 사연과 분노가 터져나왔습니다. 각자의 사연은 다 다르지만 하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은행에선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얘길 해주지 않았다`, 혹은 `은행 정기예금과는 다른 위험한 상품이란 것을 전혀 듣지 못했다`는 등 투자위험에 대한 고지가 분명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수익자 중 대부분이 증권사를 통해 가입한 고객보다는 은행을 통해 가입한 투자자라는 점도 이를 어느정도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투자자들은 이같이 억울한 사연을 늘어놓으며 자산운용사 직원들에게 `배상해준다고 약속하라`고 요구를 했습니다. 해당 펀드의 손실에 대해서 자산운용사의 책임이 있다면 법적 소송을 통해 이를 가려내고, 해당 부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맞지만 시장 상황 혹은 이처럼 예상치 못한 발행사의 부도로 인한 손실까지 자산운용사가 무조건 `물어내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는 사실을 투자자들은 알리가 없겠지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누구도 나서서 `투자에 대한 책임은 우선 투자자 자신에게 있습니다`라는 얘기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대충 훝어보고 치워버리는 투자설명서 혹은 한장짜리 팜플렛에도 이는 분명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본 상품은 운용실적에 따라 이익 또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투자자에게 귀속됩니다`는 문구의 무게를 너무나 소홀히 여기기는 투자자도 판매사도 자산운용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국내 펀드시장은 작년 4월말 전체 주식형펀드 51조원 수준에서 10월28일 기준 140조원까지 급성장했습니다. 투자와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상품을 판 판매사와, 모르고 가입한 투자자, 수탁고 늘리는데만 신경쓰느라 판매인력과 투자자 교육을 소홀히 한 자산운용사 모두 140조원 만큼의 무게를 지금 한꺼번에 되돌려 받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익자 총회를 열고 있는 자산운용사의 한 직원이 이렇게 말합니다. `첫 애보다 둘째애 낳을때가 더 무섭다더라`고 말이지요. 수익자 총회를 2주 이내로 재소집해야 하지만 성난 투자자들을 다시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번 리먼 관련 파생상품 지급불이행 사태를 통해 우리는 비싸도 너무 비싼 수업을 받고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노후자금 1억원을 잃어버린 투자자도, 신뢰가 무너진 자산운용사도, 은행들도 모두들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 상황이 종결될 때까지는 우울한 기다림과 싸움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애` 낳는 날만을 힘겹게 기다리는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들만큼이나 취재수첩을 들고가 분노의 현장을 또 담아야할 생각을 하니 우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