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자본시장 시대를 열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올해 주식시장도 28일을 끝으로 247일간의 레이스를 마쳤습니다. 외견상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처음 1400선을 돌파하기도 하면서 4년 연속 상승했습니다. 전 세계 주식시장중에서는 하위권을 맴돌면서 투자자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펀드로 대표되는 기관은 어느새 주식시장의 버팀목으로 우뚝 섰습니다. 증권부 김세형 기자가 2006년 증시를 마감하는 소감을 전합니다. 제대로 해 놓은 것도 없는 데 2006년이 어느새 저물고 있습니다.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이 올해에 있었던 일인지도 가물가물할 정도로 정신없이 달려 왔습니다. 황우석 박사 사건을 시작으로 월드컵에, 바다이야기 파문에, 판교로 시작된 부동산 광풍에, 북한 핵실험에, 그리고 잘 생각나지도 않는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역시 역동적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사회 전체의 역동성에 비할 때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올해 주가지수는 1203.86선을 최저로 최고 1464.70선을 기록, 21.7%의 등락을 보였습니다. 우리 증시는 2001년 이후 2004년(30.1%)을 제외하고는 한 해 변동성이 50%를 넘었습니다. 지난해만해도 최저 870.84에서 최고 1379.37로 58.4%의 차이가 났습니다. 비록 우리 증시가 올해 전세계 주식시장중 가장 낮게 상승하고 코스닥은 오히려 떨어진 채 마감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그다지 재미 없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나마 이같은 안정성을 얻은 것은 위안거리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황당하게 눈앞에서 돈이 사라지는 꼴을 과거보다는 덜 보게 됐으니까요. 안정성을 얻은 데는 펀드의 힘이 컸습니다. 지난해부터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적립식펀드가 올해도 증시 버팀목을 단단히 해 준 것입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현재 적립식 펀드 잔액은 2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말 14조1000억원보다 13조6000억원이 늘었습니다. 외국인은 지난해 3년만에 순매도로 돌아서더니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인 10조7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던졌습니다. 덕분에 외국인들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 2003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37%대로 떨어졌습니다. 과거 같다면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에 우리 증시는 몹시도 휘청거렸을 터이고 위기론도 나올 법했습니다. 하지만 적립식 펀드로 실탄을 확보한 기관들이 외국인 매물을 소화하면서 예전같은 부산스러움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기관은 외국인과는 반대로 지난해 3년만에 순매수로 전환, 7조원 어치를 순매수했고 올해는 외국인의 순매도와 비슷한 10조5000억원의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펀드는 안전판 확보에만 기여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반기 들어 본격 행동을 개시한 일명 `장하성펀드`의 활약은 소외됐던 주식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끔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장펀드는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삼아 그동안 주식시장에 있으되 주가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기업들을 공략, 기업가치를 키워 놨습니다. 장하성펀드의 등장 이후 각종 사모펀드가 등장하면서 펀드들은 안전판 역할에서 벗어나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로까지 뛰어 오르게 됐습니다. 펀드 자본주의라는 용어의 유행이 이를 대변합니다. 물론 먹튀 논란을 다시 일으킨 펀드도 있습니다.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5%에 불과한 지분으로 KT&G 전체를 쥐고 흔들다 1년도 안 돼 빠져 나갔으니 말이죠. 하지만 칼 아이칸이 KT&G의 주주 정책은 물론 기업 성장 전략까지 짜도록 만든 것은 펀드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사례로도 평가될 듯 싶습니다. 주식시장 관계자들은 몇년전부터 기관화 장세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변동성을 줄이고 안전판이 돼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였죠. 결국 최근의 모습은 번성한 적립식펀드 덕택에 기관화 장세가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내년부터는 퇴직연금이 활성화되고 연기금 펀드도 주식 투자를 늘릴 것이기에 기관화 장세는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대부분은 펀드로 직접 주식시장에 뛰어들 것이기에 펀드 자본주의도 낯선 용어로만 남지 않을 듯합니다. 더불어 대선이 있는 내년도 이들 기관의 활약이 혼란을 조금은 덜어주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기관화 장세가 절대적 기준에서 좋은지 나쁜지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관화 장세가 대세라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더라고 기관을 잘 파악하고, 대응하며 또 한편으로는 이용하려는 마음가짐은 갖춰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기관화 장세에 대한 방어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너십 경영의 지지자들이 그들이랄 수 있습니다. 이들은 `기관 투자자는 눈앞의 이익 지향적으로 미래 성장성에는 관심이 없고 오너십이 있어야만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2007년 주식시장은 1월2일 오전 10시에 시작합니다. 내년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짤때는 기관화 장세가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 지 상상을 해 두시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eu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