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략, 글로벌증시에 뒤쳐지고 있으나 (이데일리)

[이데일리 증권부] S&P500 지수가 5년만에 신고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받아든 우리 시장의 어제 성적표는 초라하다.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데도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다소 보기 드문 현상은 외국인의 공격적인 선물매도 때문이었다. 외국인의 선물매매에 따라 프로그램매매 방향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주가의 등락이 결정되는 시장에서 펀더멘털이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 펀더멘털에 의한 주가 판단은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한가한 신선놀음처럼 보일 수도 있는 시기이다. 외국인의 선물매매를 보면 그 방향성을 읽어내기가 어렵지만 기저에 흐르는 외국인의 현물매매 동향을 보면 확연한 방향성이 보인다. 다름 아닌 지속적이고 일관된 외국인 현물매도이다.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매도이고 미국 증시의 방향성과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 매도이다. 지난 4월 25일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가 9조8000억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말 종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 증시가 가히 대단한 맷집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 같은 외국인의 현물 매매를 보면 우리 증시의 펀더멘털에 대한 그들의 진단을 감지할 수 있다. 이 같은 외국인 매도는 우리 시장의 펀더멘털적인 변화, 즉 우리 시장의 속성 변화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된다. 사실 우리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중에는 상당 부분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금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우리 시장은 상당한 변동성을 보여 왔고 강한 성장모멘텀을 보여주었기에 고수익 추구 성향의 외국인 자금이 2003년 이후 집중적으로 유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적별구분에 의하면 대체로 유럽의 조세 회피지역에 근거지를 둔 외국인 자금이 고수익 추구 성향의 외국인 자금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 자금이 초기에는 강하게 유입됐었다. 특히 2003년 5월부터 2004년 4월까지 국내로 유입된 초기 외국인 자금은 환율과 주가 측면에서 막대한 평가차익을 누리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초기에 유입된 고수익 추구 성향의 외국인 자금은 점점 우리 시장에 남아 있을 이유가 약해졌다. 우리 시장은 변동성이 큰 이머징 시장의 속성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외국인 자금은 그들의 입맛에 맞는 곳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상황이 되었다. 이런 연유로 지난해 9월 주가지수가 1100포인트에 있을 때부터 유럽계를 중심으로 강하게 매도를 해 온 것이다. 결국 헤지펀드 중심의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어 왔고 이것은 우리 시장의 펀더멘털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우리의 펀더멘털은 이머징 특성이 아닌 선진시장의 특성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이머징의 속성을 강하게 보유하고 있을 때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의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미들 리스크-미들 리턴`의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지금의 외국인 매도에 대해 그렇게 우려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시장의 펀더멘털 환경이 점차 이머징의 속성을 벗어나 선진 시장의 특성인 중위적 위험과 중위적 기대수익률을 추구하는 시장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머징 추구형 외국인 매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오히려 헤지펀드와 같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외국인 자금이나 리스크 선호형 국내 자금이 국내 시장의 안정적 성향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위험과 고수익이 동시에 존재하는 해외 시장으로 이탈하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다. 향후 우리 시장의 안정적 행보를 위해서는 그리 나쁘지 않은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고수익 추구형 외국인의 매도뿐만 아니라 지난 5월 이후부터는 미국계 뮤추얼펀드로부터 매도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미국에 기반을 둔 외국인 자금은 유럽계 고수익 추구형 외국인 매도가 나타날 때도, 매크로 변수가 불안하게 움직이는 국면에서도, 우리 시장에서 매수일변도의 자세를 유지해왔다. 사실 최근의 외국인 매도가 강하게 출회되고 있는 것도 유럽과 미국계 자금이 동시에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매도가 10월말로 예정된 중국 공상은행의 IPO와 연관되어 있다고도 하지만 유통시장과 발행시장에 참여하는 자금의 성격이 일반적으로 다르다는 점, 우리 시장에서만 외국인 매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경우 최근의 외국인 매도를 중국의 IPO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현재 미국계 자금의 매도 압력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지만 미국 증시가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 증시가 점차 이머징의 속성을 버리고 있어서 선진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인터내셔날 펀드의 풍부한 유동성 혜택을 점차 누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외국인의 매도압력으로 인해 우리 증시가 글로벌 증시의 강세를 뒤따르지 못하는 국면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위원) <저작권자ⓒ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