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투자)펀드시장, `토종 vs 외국계` 무한경쟁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대형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국내시장 진출하면서 토종 운용사와 한판 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펀드의 수익률이 운용사의 능력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 입장에선 운용사를 꼼꼼히 따져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펀드 선택의 잣대가 `국적`보다는 `수익률`을 우선시하고 있는 만큼 국내외 운용사간 무한경쟁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6일 자산운용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외국계가 지분 100%를 출자해 국내에 진출한 자산운용사는 피델리티, PCA, 프랭클린 템플턴, 푸르덴셜, 알리안츠글로벌, 슈로더, 도이치 등이다.

여기에 랜드마크, 맥쿼리신한, 맥쿼리IMM, SEI에셋코리아 등 외국계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12개사를 모두 합친 펀드 설정액은 지난 7월말 현재 38조1600억원에 달한다.

시장점유율로는 17%로 그 비중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ING베어링과 JP모간 지난 6월과 8월에 자산운용사 예비허가를 금융감독당국에 신청해 놓은 상태다.

또 캐피탈그룹, 멜론파이낸셜, 뱅가드, ABN암로 등도 국내 자산운용사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 등 국내 자산운용시장 확대추세.. 외국계 진출 `러시`

이처럼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국내 진출이 활기를 띄고 있는 것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선진 아시아권의 자산운용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데 비해 국내 시장의 향후 성장성 가능성에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기업 퇴직연금 시장이 본격화되고 있는데다 연기금 등 공공자금의 간접투자 본격화에 따른 운용사 선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주변환경을 배경으로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투자리서치, 포트폴리오 운용, 리스크 관리, 마케팅 기법 등의 글로벌 노하우 강점을 앞세워 국내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외국계운용사들은 근래 확산되고 있는 해외분산투자 열기를 자신들의 시장확대로 적극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외국계, 글로벌 리서치·운용 노하우 앞세워 국내시장 적극 공략 

피델리티자산운용의 경우 홍콩, 싱가폴 등 각국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과 정기적으로 글로벌 주식시장 현황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매니저들이 운용과 관련된 경험담을 공유한 결과를 실제 국내 시장 투자에 접목시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인 스타급 펀드매니저를 영입, 외국계 자산운용사중 처음으로 국내 주식투자부문의 대표를 맡기기도 했다.

프랭클린 템플턴자산운용도 정기적으로 운용 리서치와 관련 자료의 활발한 지역간 교류를 통해 글로벌 시장 움직임에 따른 발빠른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템플턴자산운용 관계자는 "회사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그동안의 운용과정을 세세하게 기록으로 남겨 운용인력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단기 수탁고에 연연하지 않고 가치투자 중심의 운용철학을 지켜나갈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운용사의 경우 글로벌 리서치를 공유하고 그에 따라 시장을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에 비해 토종 운용사의 경우 리서치가 국내 증권사나 자체에서 활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계는 대부분 성과를 장기간에 걸쳐 평가하기 때문에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이에 비해 국내 운용사는 단기성과에 의해 매니저의 연봉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인력이동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토종, 투자자 취향 맞는 자산서비스로 외국계와 맞서 

그러나 국내 수익증권보다 해외상품 투자비중이 높은 외국계 운용사의 경우엔 국내시장을 놓고 보면 토종운용사들에 비해 경험이나 운용역 등 전반적인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위에 놓여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울러 외국계운용사가 글로벌 리서치와 운용 노하우에 대해 토종운용사보다 우수하지만 대부분 해외펀드에 비중을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주식운용 경쟁력이 뛰어나게 갖췄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또 근래 토종 대형운용사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어 해외투자 부문에 있어서도 외국계와 토종 운용사간 실력차도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의 경우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 리서치센터를 구축하는 등 글로벌 리서치 강화에 나섰다. 한국투신운용도 베트남 사무소 설립 등 해외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시장변화에 발빠르게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의사결정 경쟁력은 토종운용사가 외국계 운용사보다는 한수위"라며 "토종운용사는 국내 투자자에게 적합한 양질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는 것이 무엇보다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운용 관계자는 "최근 토종운용사도 운용철학의 원칙을 지키며 중장기 투자에 주안점을 두는 추세"라며 "외국계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글로벌 리서치와 우수한 운용인력 보완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이 운용사 평가와 직결되는 만큼 토종과 외국계 등 국적의 구분보다는 어떤 운용사가 우수한 인력을 확보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우현섭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는 "운용사의 총괄책임자(CIO)가 어떤 카리스마와 운용철학을 가지고 조직의 시너지를 발휘하느냐에 따라 성과와 경쟁력이 판가름 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