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펀드 속출..대형화 마냥 좋을까(이데일리)

- 1천억 이상펀드 3년새 10배 급증..2조짜리 펀드도 탄생
- 간접투자 활성화로 펀드 대형화는 자연스런 추세
- 대형화 수수료 인하 불 당길 듯..몸집 만큼 운용부담도 커져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주식형 펀드의 대형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올들어 설정액 규모가 2조원을 넘는 초대형 펀드가 처음으로 탄생하는가 하면, 1000억원 이상의 주식형펀드 숫자도 3년전보다 무려 10배 이상이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5일 자산운용협회의 통계자료를 이용해 주식형 공모펀드의 설정액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전무했던 1조원 이상의 초대형 주식펀드가 1일 현재 5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5천억원 이상 대형펀드의 숫자도 지난 해 9개에서 올해엔 14개로 크게 늘어났다.

또 2000억원 이상의 주식형 펀드의 숫자는 2003년과 2004년만 해도 3~4개에 불과했지만, 2005년 26개로 폭증한데 이어, 올해엔 50개로 다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1000억원 이상의 펀드숫자는 2003년엔 단 8개에 불과했지만, 올들어선 83개에 달했다. 3년만에 무려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표참조

◇5천억 이상 펀드 14개..2조짜리 펀드도 탄생

펀드별로는 미래에셋투신운용의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1’이 설정액이 1일 현재 2조2553억원을 기록,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처음으로 2조원 시대의 문을 열었다. 지난 2003년 가장 큰 펀드였던 삼성투신운용의 ‘KODEX 200 ETF(삼성)’의 설정액 2747억원에 비하면 거의 10배나 큰 규모이다.

특히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1’의 설정액은 2004년말 784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5년말 이 펀드의 설정액은 9385억원으로 1년 사이에 12배나 커졌고, 올들어서만 설정액이 다시 1조3168억원이나 늘어났다. 

현재 설정액이 1조원이 넘는 주식형펀드는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1’을 비롯해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주식 K-1’(1조6948억원), ▲‘미래에셋3억만들기인디펜던스주식K-1’(1조4525억원),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1’(1조1957억원),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2’(1조338억원) 등 모두 5개이다.

이들은 모두 미래에셋 계열 펀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래에셋 계열 펀드를 제외할 경우 ▲SH자산운용의 ‘미래든적립식주식1’(9098억원), ▲KB자산운용의 ‘광개토주식’(8736억원), ▲랜드마크자산운용의 ‘랜드마크1억만들기주식1’(8271억원), ▲한국운용의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8108억원), ▲칸서스자산운용의 ‘칸서스하베스트적립식주식1’(7780억원) 등이 10위권에 들었다.

상위 30개 펀드를 운용사별로 분류할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7개로 가장 많았고, 미래에셋투신운용이 5개로 뒤를 이었다.

이어 PCA투신운용이 3개, 삼성투신운용과 KB자산운용이 각각 2개였고, 한국운용·SH자산운용·랜드마크투신운용·우리크레디스위스·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푸르덴셜자산운용·피델리티자산운용·슈러더투신운용 등이 각각 1개였다. 대형펀드가 미래에셋 계열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공룡펀드 속출은 투자 패러다임 변화의 반증    

국내 주식헝펀드의 대형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몇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펀드로 대변되는 간접투자가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배경이다. 특히 2004년 이후 적립식펀드 붐이 일어나면서 펀드의 대형화 속도에도 탄력이 붙었다.

예컨대 2003년 1월 국내 ‘적립식 주식펀드’의 1호격인 ‘랜드마크1억만들기주식1’가 선보인데 이어, 2004년 국민은행이 ‘랜드마크1억만들기주식1’을 비롯해 ‘미래에셋3억만들기좋은기업주식K-1’, ‘KB스타업종대표주적립식주식1’ 등을 은행창구에서 팔기 시작하면서, ‘펀드붐’이 일선 가계로 빠르게 확산됐다.

여기에다 주식시장의 강세흐름도 일조했다. 국내증시는 지난 2003년 3월 이후 대세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특히 2004년 8월 719선을 중기 저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는 최근 2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식편입비중이 60% 이상인 순수 주식형펀드의 수탁고는 지난 2005년 3월과 10월에 각각 10조원과 20조원을 넘어섰고, 올들어 1월과 7월엔 30조원과 40조원을 돌파, 1일 현재 42조559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주식시장이 폭등한 영향으로 ‘재투자분’이 급증, 펀드별 설정액도 급속히 커졌다.

올들어 주식시장이 조정양상을 보였지만 주식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은 5월 고점을 찍은 후 2개월간의 조정을 거친후 7월 이후 꾸준히 저점과 고점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환매’보다는 적립식 펀드를 중심으로 신규자금 유입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펀드 대형화 마냥 좋을까..운용사 '초과수익' 고민도 커져   

그렇다면 펀드의 대형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일단은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최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펀드의 대형화가 간접투자 활성화를 배경으로 두고 있고, 장기투자 성격의 적립식투자와 견조한 증시흐름 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펀드가 대형화되면 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운용사들은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이럴 경우 비용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운용사들이 앞장서 수수료 인하 경쟁에 불을 당길 수 있다. 펀드투자자에겐 나쁘지 않은 변화이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는 “우리나라의 펀드 대형화는 좀 더 진행돼야 하지만, 펀드의 대형화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밝혔다. 

펀드의 규모가 커질수록 ‘환금성’ 등을 고려해 편입종목을 크게 늘릴 수 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펀드의 수익률은 시장평균에 수렴하는 속성이 커지는 반면 시장대비 ‘초과수익’을 내기가 점점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 상무는 이런 측면에서 대형펀드가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미래에셋의 경우엔 나름대로 잘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투신운용의 경우 회사 내부적으로 각각 5개와 2개의 운용본부를 설치하고, 본부별로 ‘책임역량’을 분산시킴으로써, 스스로 위험을 잘 분산해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래에셋이 하나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두되, 각 본부별로 운용 프로세스를 달리 가져가도록 함으로써 본부별 포트폴리오 성과가 차별화되고, 이로 인한 내부 경쟁도 적절히 유도해 결과적으로 미래에셋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