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체질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데일리)

기관, 외국인 매도공세 방어..`반등 견인` 개인 직접투자서 간접투자 전환이 주요인 프로그램 비중 과다 `확실한 매수주체 한계` 입력 : 2006.08.18 06:31 [이데일리 김경근기자] 한국 증시의 체질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연일 매도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코스피 지수가 심각한 타격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석달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9조1911억원을 순매도하며 `셀코리아` 행진에 나섰다. 지난 5월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경기민감도가 큰 아시아 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집중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성장성 측면에서 중국에, 안정성에선 일본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증시 `체질개선` 인식 확산 한국 주식시장이 외국인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증시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 증시가 외국인의 공세를 견딜 수 있는 체질을 갖췄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이후 외국인이 연일 매물을 쏟아냈지만 코스피 지수는 약 7%포인트 하락하는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었을 뿐이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의 수급구도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기관이 매수세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라며 "수급상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기관이 외국인의 매수세를 비교적 잘 받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수 대우증권 선임연구원도 "외국인의 눈치를 살피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하루에 1000억~2000억원이 넘는 매도에도 투자심리가 위축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증시 체질개선 핵심은 `간접투자상품`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체질개선 이유를 `간접투자상품의 증가`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이후 적립식펀드가 증가하면서 기관들의 매수 기반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적립식펀드를 통해 들어온 풍부한 자금으로 기관들이 외국인의 매도공세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서정광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방어하는 것은 수급의 문제"라며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가 40조원을 돌파하며서 기관들의 매수 기반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과거 국내 증시는 주가가 오르면 자금이 들어오고, 내리면 빠지곤 했다"며 "간접투자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주식시장에 안정적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에서 수익률이 높은 간접투자로 옮겨가면서 국내 증시 체질이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팀장은 향후 적립식펀드를 통한 자금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금리가 예전에 비해 낮아지면서 적립식펀드의 수익률이 은행이자를 넘었다"며 "그 결과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간접투자 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어 개인자금이 꾸준히 주식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수 연구원도 "국내 증시 체질이 개선된 건 주식 투자 문화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국내 증시가 외국인 매도 휩쓸렸던 것은 직접 투자 때문이었다"며 "작년부터 간접투자로 패러다임 바뀌면서 주식시장의 체질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기관 매수=프로그램 매수? 한국 증시의 체질개선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요인은 남아 있다. 최근 기관의 순매수중 상당 부분이 프로그램 매수이기 때문이다. 기관들이 자발적인 매수가 아닌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에 따른 기계적인 프로그램 매수로 지수 하락을 막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선 프로그램 매수가 급격히 증가해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렸다. 이달들어서만 프로그램 순매수는 1조41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관의 순매수인 1조912억원를 크게 앞질렀다. 기관의 현물 시장 매수가 사실상 프로그램 매수였던 셈이다. 기관들이 외국인의 매도 공세를 버티고 있지만 확실한 매수 주체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프로그램 매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 체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경수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지난 5월부터 시작했지만 프로그램 매수 급등은 최근에 벌어진 현상"이라며 "프로그램 매수가 외국인 매도물량 상당수를 받아줬지만 지난 석달간 한국 주식시장을 지탱한 것은 기관 매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증시는 외국인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당장 프로그램 매수가 불안요인인 건 사실이지만, 현재 기관들이 외국인 매물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의존도를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