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잇딴 `RP시장 살리기`..성공할까 (이데일리)

자산운용사 RP시장 유도로 `촉매` 기대 "취지 좋으나 아직은 현실성 떨어져" 지적 많아 "안될 것도 없다" 기대도 적지 않아 입력 : 2006.08.01 07:00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한국은행이 RP시장을 자산운용업계에도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단기금융 거래가 콜시장, 그것도 하루짜리 콜거래에만 지나치게 몰려 있는 편중현상을 해소하자는데 있다. 나아가 자금시장과 채권시장의 연결고리로서 금융시장의 미드필더격인 RP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콜시장에서 은행이나 증권사에 부족한 자금을 대주는 역할을 하는 자산운용사가 자금을 한은 RP로 굴리기 시작하면, 결국 금융기관간 RP거래도 활발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는 운용수단이 하나 더 생긴다는 점에서 반길만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실제로 거래가 자리잡고 활성화되려면 선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은과 자산운용사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증권사 역시 실무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 앞장서는 한은 RP..RP시장 활성화 `기대` 한은은 이번 조치가 금융기관간 RP거래를 유인할 수 있는 촉진제로 작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거래가 활성화되면 RP에 대한 시가평가가 가능해지고, 장내 거래를 통해 콜금리와 장기금리를 연결하는 단기금리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단기금리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경우 증권사가 불러주는 호가에 의존해서 발표되기 때문에 대표 단기금리로서 적당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단기금리의 부재는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받아 왔다. 콜금리 목표 변경이 단기금리를 통해 장기금리로 확산되면서 전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쳐야 하는데, 콜금리와 장기금리를 연결하는 징검다리가 빠져있는 격이기 때문. 그러나 RP시장이 활성화된다면 각 만기별 RP금리가 시장에서 형성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하루짜리 콜금리목표와 주로 1년 이상인 채권시장을 연결하는 `금리의 다리`가 만들어지는 것. 이를 통해 통화정책의 파급효과도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지난 4월 RP거래 활성화를 위해 거래방식을 종전 `담보부 증권대차방식`에서 `증권매매방식`으로 바꾼 바 있다. RP의 담보로 활용되는 채권의 소유권이 한은에서 금융기관으로, 또는 금융기관에서 한은으로 완전히 넘어가도록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한은에서 매입한 RP를 재매도하거나 차익거래를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제도 변경 후에도 금융기관간 RP거래는 전과 비슷한 규모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진규 한은 자금시장팀 차장은 "공식적으로 통계가 집계되지는 않지만, RP거래가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제도 변경의 효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취지 좋은데.."콜 대체할 매력 있을까" 운용사 및 증권사 관계자들은 RP거래 활성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신사 관계자는 "제도가 변경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RP거래를 할 만한 특별한 매력이 없어보인다"며 "이번 방안도 그에 대한 추가적 보완조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부딪치게 되는 문제는 추가로 발생하는 이익을 관계기관간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것이다. 자산운용사가 시중은행에 대한 콜론(Call loan)을 통해 얻는 이자는 현재 4.15% 수준. 이를 한은의 RP로 돌리면 4.22~4.23%(3~4일물 기준)의 금리를 얻을 수 있다. 기존보다 7~8bp의 이자를 더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여기서 수익 배분의 문제가 생긴다. 자산운용사가 한은과 직접 거래하지 않고, 증권사를 거쳐 RP를 매입하는 구조이기 때문. 미래에셋투신운용 관계자는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이 기존 신용콜과 한은 RP에서 나오는 금리차를 증권사와 운용사가 어떻게 나눌 것이냐 하는 문제"라며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확정돼야 그 다음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경우 분담금 지급의 문제가 있다. 분담금은 각 사의 부채비율에 따라 결정되는데 자산운용사가 이용하는 RP가 대차대조표상 들고 나면서 부채비율이 상승, 납부해야 하는 분담금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은행의 BIS비율에 해당하는 영업용순자본비율도 낮아질 수 있다. 운용사에는 RP매입이 예금으로 잡히기 때문에 운용 포트폴리오상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 문제다. 운용사는 전체 자산의 10%까지만 예금으로 운용할 수 있다. RP편입비중이 늘어날수록 비율을 맞추기 위해 다른 예금규모는 줄여야 할 수밖에 없다. 기존 펀드의 약관을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생긴다. 약관상 RP편입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펀드들의 약관을 일일이 수정해야 하는 것.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운용사가 유동성 리스크를 부담하면서까지 한은 RP를 매입할 유인이 충분하느냐는 별도의 문제로 남는다. RP 매입으로 자산을 운용할 경우, 콜처럼 확실한 단기 유동성이 확보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펀드의 자금 수요에 따라 바로바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환매하고자 할 때 즉시 자금 환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 푸르덴셜자산운용 관계자는 "RP는 은행 MMDA에 비해서는 수익성이 낮고, 콜보다는 유동성이 낮다"며 "상품 운용시 수익성 높은 상품을 편입하는 한편 일정정도의 유동성을 보유하기 위해 콜을 이용해왔는데, RP를 통해 수익성이나 유동성 어느 한쪽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기존 거래를 바꿔야 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은이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이면에는 RP거래 활성화 외에 투신권에서 은행으로 넘어가는 콜론을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그동안 한은은 시중은행이 이용하는 콜론 금리가 콜금리 목표에 비해 낮게 움직이는 것을 문제로 보고, 시정하기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 투신사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콜시장의 사각지대인 투신권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생각인 것 같다"며 "자산운용사의 단기유동성을 RP로 조절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시장 발전이 아니고, 규제가 하나 더 생기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운용 다양성 늘었다" 반기기도..한은 "우선은 증권금융에 기대" 반면 일단 금리상 메리트가 있고, 과도기를 거쳐 향후 RP거래가 확고히 자리잡는다면 충분히 시작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대한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원리는 간단하다"며 "금리가 좋거나 콜이 안 풀려서 들어갈 유인이 있으면 들어가는 것이고, 장점이 없다면 굳이 이동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인 방향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며,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PCA투자신탁 관계자는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또 하나 생긴 것으로, 단기물을 이용한 여러가지 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초기의 혼란만 원만히 해결된다면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증권사들의 초기 참여가 부진할 것을 감안, 우선은 증권금융이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증권금융의 경우 신용도가 높은데다, 자산운용사 등과의 자금거래가 활발하고, RP거래 경험도 있어 기대를 하고 있다"며 "증권금융 입장에서도 새로운 사업모델이 생긴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유인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ray@edaily.co.kr ▶최한나기자의 다른 기사/칼럼보기 <저작권자©이데일리- 1등 경제정보 멀티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