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략)`잣대를 바꿔서 봐라` (이데일리)

입력 : 2006.07.26 08:09 [이데일리 증권부] 우리는 증시를 보는 판단 잣대를 바꾸었다. 우리는 향후 시장의 동력과 부침을 판단하기 위한 잣대로서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경기 조정의 형태를 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어제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했다. 물론 `속보치`라는 것이 분기 통계 모두를 반영하기 보다는 분기중 앞선 2개월을 토대로 한 잠정치이고 향후 추가로 수정될 여지를 남기고는 있다. 하지만 그 변화폭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1분기의 1.2%에 못미치는 0.8%로 집계되어 향후 성장률 둔화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격세지감이다. 그 동안의 주가 상승 과정에서는 경기 요인을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주식시장은 경제성장률보다는 적립식 펀드나 주식형수익증권으로의 자금 유입 추이 등에 더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흔히 이것을 수급이 주가를 좌우하는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PER이 7배에서 10배까지 상승하는 과정에서 리레이팅은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테마가 되었다. 기업 이익 대비 어느 정도의 주가 수준이 적정한지, 즉 밸류에이션을 얼마나 부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만이 컸다. 당연히 밸류에이션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배당성향, ROE, 요구수익률 등이 우리의 주된 관찰 대상이었다. 매크로 가격 변수도 시장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국제 유가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였지만 이것이 기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았다. 국제 유가가 오르는 와중에도 주가는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상승하여 ‘탈 매크로’ 분위기는 더욱 강해졌고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경제성장률이 정체되었지만 성장의 크기보다는 오히려 크기의 분배에 더욱 신경을 썼다. 경제성장률이 4~5%대로 이전 7~8%의 성장률에서 분명 크게 후퇴했지만 부가가치의 분배 과정(부가가치를 분해하면 피용자보수 +영업잉여 + 고정자본소모 등으로 나눌 수 있음)에서 피용자 보수가 감소하고 영업잉여가 늘어나게 되면 주가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경기 조정의 형태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밸류에이션은 한차례 하향 조정이 되었다. 버냉키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 이후부터는 인플레이션 우려에서도 한 발 물러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6월 중순에 기록한 1200선을 위협하는 하락세가 정당화되려면 경기 하강 위험이 강하게 부각될 경우에만 가능하다. 어제 발표된 전년동기대비 2분기 성장률 속보치를 보면 1분기 성장률 6.1%에 크게 못미친 5.3%의 성장률이어서 일단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고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경기 조정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전년동기비성장률로 보면 지난해 하반기 성장률이 호조세를 띠어 올해 하반기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주지표로 삼고 있는 전기비 성장률을 보면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다. 전기비 성장률은 이미 지난 4분기에 고점을 기록하고 올해 1분기 이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년동기비 성장률은 계산 구조 상 전기비 성장률에 비해 경기의 전환점 포착이 느릴 수 밖에 없다. 주가의 변곡점도 전년동기비 성장률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전기비 성장률의 전환점과 주가 변곡점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003년 1분기에 전기비 성장률이 저점을 기록했고 주가도 당시 저점을 통과했다. 2004년 3분기에도 양자간의 관계는 동일하게 성립되었다. 전기비 2분기 성장률이 0.8%를 기록했지만 3분기 성장률은 (자동차 파업 영향 등에 의해서 변동이 다소 있을 수 있지만) 2분기 성장률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년동기비 성장률의 하향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 및 주가의 전환점 포착에 있어 설명력이 보다 강한 전기비 성장률은 3분기중 저점을 탈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어제 발표된 한국은행의 성장률 구성을 보면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이 양호한 모습이었지만 건설투자가 -3.9%를 기록하면서 부진의 원인을 제공했다. 정부의 3.30 부동산대책이 나오고 나서부터 건설경기가 얼어 붙으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정부가 하반기에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경기 부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경기 저점 탈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지난 6월 중순에 기록한 1200선을 중장기적 저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고점 이후 둔화되기 시작한 이번 경기 하강은 ‘일시적 조정’이고 전기비 성장률로 볼 때 이제는 경기가 바닥 탈출을 하고 있다는 점도 6월 중순 저점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밑으로 끌어 내리는 힘이 점차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각종 악재들에 의해 테스트를 받고 있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확산된다면 합당한 상승의 이유가 없는데도 주가가 오르는 현상, 펀더멘털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승이 나타나는 법이다. 아직 거래량이 부진한 편이고 주가의 변동성이 커서 투자심리가 불안한, 즉 자신감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부터의 거래량 증가는 투자자의 자신감의 표현이자 주가 상승의 선행조건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위원) 이데일리 증권부 stock@edaily.co.kr ▶증권부의 다른 기사/칼럼보기 <저작권자©이데일리- 1등 경제정보 멀티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