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중 경제지표 발표, `시장 비효율` 높인다 (이데일리)

`발표전 관망, 발표후 오버슈팅`으로 변동성 확대 지표관련 루머도 극성 부릴 듯 방침철회 `필요`..최소한 절충점 모색돼야 입력 : 2006.05.22 07:00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정부가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개장전`에서 `개장중`으로 변경하기로 함에 따라 채권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악성루머들이 난무하는 등 시장 비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폐장후 지표를 발표하거나 지표별로 발표시점을 달리 하는 등 경제지표 발표시각 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절충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변동성 커지고 거래 왜곡될 수도` 산업활동동향과 소비자물가동향, 서비스업활동동향, 소비자전망조사, 고용동향 등 5개 지표의 발표가 현행 오전 7시30분에서 오후 1시30분으로 늦춰지는데 대해 시장참여자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채권과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경제지표들이 개장중에 발표되면 시장 변동성이 훨씬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과 외환시장은 정오를 지나면서 한동안 거래가 뜸해지고 변동성이 낮아지다가 오후 2시부터 장 마감을 준비하면서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런 전환점에서 지표가 발표돼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 오후 1시30분 지표 발표를 앞두고 거래가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어 시장가격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지표 발표와 장 마감전 변동성 확대가 맞물리면서 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콜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1주일전에 발표되는 산업활동동향은 금리정책의 주요 판단근거가 되는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 외국계은행 딜링룸 임원은 "장중 지표 발표로 인해 시장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자칫 시장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시장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한 국내은행 채권딜러 역시 "경제지표 발표가 있는 날이면 오전중에 사실상 거래가 실종되다가 오후 1시30분을 넘어 오버슈팅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지표를 충분히 해석할 여유가 없어져 엉뚱한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전년동월대비와 계절조정 전월비 등을 섞어 사용하는 우리나라 지표의 특성상 전년동월비와 계절조정 전월비가 엇갈리게 나올 경우 이런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지표관련 억측·루머 난무할 수도` 금융시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장중 지표가 발표될 경우 이와 관련된 온갖 억측과 루머가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 밖에 있다. 주식시장에 비해 정보 공개수준이 낮은 채권과 외환시장은 딜러와 브로커 등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이 메신저나 대화방 등을 통해 시장정보를 주고 받는데, 이를 통해 지표관련 전망치나 루머 등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시장참여자들의 메신저상으로 금통위가 끝나지 않거나 지표가 발표되지도 않은 시점에 `콜금리 인상 결정`, `4월 산업생산 9% 증가` 등과 같은 루머가 나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국내증권사 한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장중 경제지표가 발표되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장 메신저를 통해 더 많은 루머가 나돌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 골치 아파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 최근 개선되긴 했지만 통계청이 생산하는 경제지표가 사전에 청와대나 재경부 등에 제공되고 이 과정에서 지표가 유출돼 정보 비대칭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통계청에서 `더이상 경제지표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통계청과 재경부간 관계나 재경부 공무원들의 발언 등을 보면 이 마저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이에 대해 100% 확신하지 않는 이상 장중 지표 발표는 시장참여자들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최소한 절충점 찾아야..부작용 재발땐 실력행사도` 이처럼 불만을 가진 시장참여자들은 `통계청이 시장의 의견을 잘 듣고 절충점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국내은행 외환딜러는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을 봐도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주요 경제지표는 개장전이나 폐장후에 발표하고 있다"며 "개장전에 발표하는 게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한다면 폐장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발표 시점을 차별화하는 것이 타당한 절충방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외국계은행 채권딜러는 "5개 경제지표중 산업활동동향이나 서비스업활동동향 등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이들은 개장전에 발표하되 나머지 지표는 개장중에 발표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장참여자들의 제안은, 이번 결정과정에서 통계청에서 시장 영향 등을 사전에 전혀 점검하지 않았던 만큼 향후 힘을 얻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특히 오는 29일부터 장중 지표가 발표되면서 시장에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에는 과거 2년여전과 같은 시장참여자들의 실력행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한 시중은행 채권딜러는 "이번 발표시각 변경이 시장참여자나 국민들에게 과연 어떤 도움이 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며 "개장중 지표 발표로 시장에 또다시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과거처럼 정부에 시장 의견을 공식 건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futures@edaily.co.kr ▶이정훈기자의 다른 기사/칼럼보기 <저작권자©이데일리- 1등 경제정보 멀티미디어>